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부산 한 아파트 주방에 빈 술병이 남아 있다. (사진=해운대경찰서)
13일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5명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30대 아들이 합의하에 부모와 누나, 조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 7시쯤 부산 해운대구 모 아파트 화단에서 송모(37)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송씨의 옷 주머니에서는 자신이 살고있는 이 아파트 집 호수와 현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나왔다.
경찰이 메모지에 적힌 송씨의 집에 들어가 보니, 안방에 송씨의 아버지(67)와 어머니(64·여), 누나(41·여), 조카(8)가 숨져 있었다.
집 안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은 반듯하게 누워있는 상태였으며, 목에는 블라인드 줄에 졸린 듯한 상처가 발견됐다.
거실과 부엌에는 빈 술병이 있었고, 작은방에는 송씨와 송씨 아버지가 각각 적은 두 개의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송씨의 유서에는 '어제 새벽 가족들을 다 보내고 나니 해가 떠서 바로 따라가지 못하고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제가 떨어져서 발견돼야 한 시 빨리 가족들을 수습할 수 있기에 뛰어내립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유서 내용으로 미뤄 송씨가 12일 새벽 가족들을 목 졸라 살해한 뒤 하루가 지난 이날 새벽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가족은 지난 2010년부터 이 아파트에 보증금 3천만 원에 월 150만 원을 내며 살아왔으나, 최근 보증금을 다 소진하고 600만 원의 월세가 밀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송씨 가족이 극심한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또 집안에서 숨진 이들이 반항을 한 흔적이 없고 송씨 아버지가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송씨가 합의하에 가족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월세 보증금을 전부 소진하고 다음달 집을 비워주기로 하는 등의 경제 상황이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반항 흔적이 없고 아버지가 유서를 남긴 것으로 미뤄 사전에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씨 가족이 숨진 정확한 경위를 가리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