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
이완구 전 국무총리 측이 성완종 리스트 사태 직후부터 사의를 표명한 당일까지 2013년 재선거 캠프 관계자들 10여명에게 조직적인 회유와 말맞추기를 한 정황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성 전 회장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 도의원 출신 지역 정치인들이 당일 캠프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이 전 총리 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지검장)은 이 전 총리 측이 고(故) 성완종 전 회장이 방문한 날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 대다수에게 말맞추기를 위해 광범위하게 접촉한 사실을 관계자들의 진술과 휴대전화 및 통화기록 분석 등을 통해 확인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방문한 지난 2013년 4월4일 이완구 후보 부여 캠프 사무실에 있었던 사람들의 명단과 당시의 상황을 거의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 전 총리 측 김모 비서관(5급)이 지난달 초부터 사의를 표명한 지난달 21일까지 캠프 관계자들 총 10여명에게 수시로 접촉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 비서관은 이미 알려진 전직 운전기사와 자원봉사자 H씨, 캠프 실무 직원들 외에도 전직 도의원 등 다수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같은 목격자 접촉 시도는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난달 21일까지도 계속됐다.
특히 검찰은 당일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 중 전직 도의원 홍모씨와 유모씨의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 기간에 "성 전 회장을 못봤다"고 주장해 이 전 총리측에 힘을 실었지만 당일 캠프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과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이 부분에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두 전직 도의원들이 4월4일 캠프사무실에 있었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의 진술과 통신조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전직 도의원 홍씨와 유씨는 성 전 회장이 캠프 사무실에 방문하자 인사를 나누고 중앙 테이블에 둘러앉아 상당한 시간동안 얘기를 나눴으며, 성 전 회장과 이 후보가 독대하러 가는 것까지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운전기사는 "성 전 회장의 비서를 만나 '회장님'이라는 호칭과 관련된 담소를 나눴다"고 검찰에 진술했으며, 자원봉사자 H씨도 "성 전 회장의 얼굴을 알아봤고, 인사까지 나눴다"고 밝힌 바 있다. 대전일보 모 기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찾아와 이 총리와 독대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구체적인 상황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런데 성 전 회장을 직접 접대했던 전직 도의원들은 "성 전 회장을 못 봤다"고 말하고 있어 이 전 총리 측의 회유가 작용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실제 이 전 총리는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의 질문에 "전직 도의원들이 성완종 회장을 못 봤다고 인터뷰했다"며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했다.
이들이 이 전 총리 측의 회유로 '성완종 전 회장을 못 봤다'고 여론전을 펼친 것이라면 이는 금품수수 혐의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의혹이 불거진 초창기부터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목격자들을 접촉했다.
그런데 물적, 인적 증거물을 토대로 성 전 회장이 사무실에 갔었고 이 전 총리와 만난 사실이 증명된다면 이 전 총리 측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목격자들을 회유해 금품수수 혐의를 덮으려 했다는 증거인멸 시도가 확인되는 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그게 거짓으로 밝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회유했다면 추후 '돈을 받지 않았다'는 해명도 신빙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자기방어 수준을 넘어서 캠프 사무실에 있던 대다수를 상대로 회유와 말맞추기를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전 총리를 소환하기에 앞서 이를 주도했던 김 비서관 등을 불러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