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사진 출처=네이버)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81)이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연출 황윤, 제작 스튜디오 두마)에 대한 극찬을 담은 추천사를 보내왔다.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리우는 제인 구달은 야생 침팬지의 행동과 심리 연구에서 큰 업적을 거둔 영장류학자다. 그는 탄자니아 곰베 정글에서 40여 년 동안 침팬지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새로운 습성을 발견했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를 번호로 부르던 기존 연구 관습을 거부하고, 곰비 계속의 침팬지 각자에게 이름을 붙여 연구를 진행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인간뿐 아니라 침팬지 역시 각자 고유의 개성과 성격을 지닌 존재임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는 자기 이름을 딴 연구소를 설립해 야생동물 연구와 교육·보전을 펼치는 한편 자연과 동물을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전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7일 개봉한 다큐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축산업의 문제점을 가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인 구달이 강조해 온 동물권과도 맥을 같이 한다.
11일 공개된 추천사를 통해 제인 구달은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중요한 영화"라며 "이 영화는 오늘날 농장동물이 받는 처우, 그리고 그들이 평생을 보내는 비인도적인 환경을 리얼하면서도 감성적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평했다.
제인 구달은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고기에 대한 욕망과 이 욕망 때문에 동물이 고통 받는 현실을 인식하면서 빚어지는 갈등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의 밀집식 축사에서 돼지, 닭을 비롯한 동물들은 감내하기 어려운 역경을 겪고 있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이것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며 "어미돼지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생태농장과, 믿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공장식 농장의) 분만실이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밀집식 농장에서 산란계로서의 쓰임을 다한 뒤 수프 재료가 될 운명에 처한 암탉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한 적이 있다"며 "아 암탉들이 안식처에서 자리를 잡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각자의 개성을 발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 "팔려가는 돼지 바라보는 소규모 생태농장주의 모습 특히 인상적"
제인 구달은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어미돼지 십순이가 개성을 지닌 존재로 묘사돼 가는 점이다.
그는 "여덟 살이던 시절의 어느 휴일, 나는 들판에서 한 무리의 돼지들을 알게 된 뒤 돼지라는 동물을 사랑하고 존중하게 됐다"며 "돼지들은 개 못지않게 지능이 높고, 심지어 어떤 돼지들은 개보다 더 영리하기도 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소규모 생태농장의 농장주가 돼지들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최대한 넓은 공간을 제공하려 애쓰는 점과, 공장식축사의 관리자가 좁은 공간에서 밀집 사육되는 돼지들을 감독하는 일을 대비시킨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