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11일 평시 심판관, 관할관 제도 축소, 사단급 군사법원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군사법원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심판관, 관할관 제도의 완전 폐지, 군 검찰 독립, 더 나아가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당시 쏟아졌던 군 사법제도 개혁 방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날 군사재판에 법무장교가 아닌 지휘관이 지정하는 일반장교가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를 평시에는 원칙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군형법.군사기밀보호법위반 사건을 비롯해 기타 고도의 군사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심판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윤 일병 사건을 포함한 장병간 가혹행위, 그리고 상관에 의한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성폭력 사건 역시 군형법에 처벌조항이 포함된 범죄행위다.
따라서 가혹행위나 성폭력 등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건이지만 군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사건까지도 심판관을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지휘관의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큰 심판관의 경우 사건이 사단장 등의 지휘책임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향후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심판관 지정과 관련한 명확한 요건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현재보다 심판관 지정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지휘관이 군사법원 재판 결과 나온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관할관 확인조치권에 대해서도 평시에는 원칙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감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죄를 '성실하고 적극적인 임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로 제한하고 감경범위도 형량의 1/2을 넘지 않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기존에 지휘관이 감경권을 사용해 문제가 됐던 사건들의 상당수가 '임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를 감경 사유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관할관 확인조치권의 원칙적인 폐지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이와함께 사단급 이상 부대마다 설치됐던 보통군사법원을 군단급 이상 법원에만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현재 83개 보통군사법원이 30개로 줄어들게 된다.
또, 지휘관 관련사건이나 주요 직위자 범죄 등 지휘관의 입김이 작용해 공정성 침해가 우려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상급부대 검찰부나 헌병대로 사건을 이송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휘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군 검찰을 국방부나 각군 참모총장의 직속 기관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군 검찰 독립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같은 이유들로 국방부가 마련한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기존의 제도에 비해서는 개선된 점이 많지만 아직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어디까지나 국방부 안"이라며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여론을 수렴한 뒤 오는 6월 말쯤 국방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서도 의원 입법으로 군 사법제도 개선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향후 국회 입법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