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토 16:00~18:00)
■ 진행 : 윤지나 기자
■ 대담 : 이종훈 스포츠평론가
지난 3일 세기의 대결이 될 거라 기대했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대결이 열렸지만, 결국 천문학적인 돈만 챙긴 '세기의 졸전'이라는 평가만 받았다. 어찌됐든 두 선수가 1초에 1억 넘는 돈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복싱계가 '돈을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선수들이 먹고 살 수 있는가? 그래서 좋은 자원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가? 주말 시사자키에서 만난 이종훈 스포츠평론가는 이 대목에서 우리 복싱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었다.
◇ 윤지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가 지난주 한 경기로 받아간 대전료가 얼마인가?
◆ 이종훈> 대전료는 2억5천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763억원. 메이웨더가 60%인 1억5천만달러, 파퀴아오가 40%인 1억 달러를 가져갔다. 1초에 11만 4678달러, 우리 돈으로 1억 2천5백만원을 벌어갔다. 쉽게 말해서 지난3일 이웨더와 파퀴아오는 10초에 우리 강남의 40평대 아파트 한채를 가져갔다. 1분에 75억원을 가져간 셈.
◇ 윤지나> 강남에 집 사려면 15년 동안 안쓰고 모아야 된다던데, 그걸 10초면 버는구나. 두 선수의 화려한 집과 차, 이런 것들도 다 화제이긴 하더라. 엄청난 대전료는 어디서 나오나?
◆ 이종훈> 크게 3가지. 첫째는 Pay-per- View: PPV, 즉 유료결제방송 수입, 둘째는 입장권 판매 수입, 셋째는 스폰서 수입, 이렇게 3가지 수입구조에서 대전료가 만들어진다. 그중에서도 유료결제방송 수입이 가장 많은 비율.
◇ 윤지나> 유료결제방송이란?
◆ 이종훈> 시청자가 돈을 내고 원하는 경기 중계를 보는 방식. 쉽게 말하면, 우리가 영화 한편을 다운받아 볼 때, 영화 한편당 결제를 하는데 같은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된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대결의 경우, PPV 가격이 89.95달러, 우리 돈으로 약 9만7400원. HD같은 고화질로 볼려면 여기에 10달러를 추가로 더 내야 돼 99.95달러, 우리 돈으로 10만원 넘게 필요. 10만원씩 내고 경기를 본 사람 숫자가 최소 300만명 이상은 된다고 했을 때, PPV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만 최소 3천억원. 이 3천억원에 입장티켓 판매 수입, 스폰서 수입 천억을 더해 총 4천억짜리 흥행카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두 선수에게 2700억원을 줘도 남는 장사가 된다.
◇ 윤지나> 높은 대전료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다.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는데, 그렇다면 대전료도 작나?
◆ 이종훈>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장정구, 유명우 이런 선수들은 한때 대전료로 강남 아파트 몇 채는 거뜬히 살 수 있는 돈을 받았지만 지금 선수들은 세계타이틀매치에 도전해도 대전료가 천만원 조금 넘는다. 한국타이틀매치 같은 경우는 70만원 정도가 대전료.
◇ 윤지나> 한국타이틀을 딴 선수도 먹고 살 걱정을 할 수준인데?
◆ 이종훈> 맞다. 선수들은 대전료로 생계 유지는 고사하고 부상 치료비도 대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프로복싱에 뛰어들고,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대전료 문제는 한국 프로복싱을 사양길로 걷게 만든 주범 중 하나.
◇ 윤지나> 반대로 유료결제방송을 통해 선수들이 두둑한 대전료를 챙길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선수들이 몰릴 수밖에 없겠고.
◆ 이종훈> 미국의 HBO와 쇼타임, 그리고 영국의 BBC같은 방송국 관계자들은 "다른 스포츠도 각 종목마다 장점이 있지만 복싱의 PPV 구매수를 보면 그 어떤 스포츠도 복싱을 따라 올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복싱은 덕분에 전 세계에서 선수 몸값이 가장 비싼 스포츠가 됐다.
◇ 윤지나> 이번에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경기를 두고 우리도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히 보고 즐기는 사람들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돈을 내고 보는 사람'이 없다는 건가?
◆ 이종훈> 그렇다. 현재 프로복싱과 종합격투기가 돈벌이가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페이퍼뷰인데, 한국은 불법다운로드 등으로 인해 이 페이퍼뷰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미래가 어둡다고 볼 수 있다. 네티즌들의 실력이 또 엄청나서 페이퍼뷰 제도를 꾸려도 돈 안내고 볼 수 있는, 이른바 '좌표'를 찾아낸다. 이 때문에 프로복싱 무대뿐만 아니라 UFC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메인이벤터로 천문학적인 대전료를 받는 건 불가능하다는 단언도 나온다.
◇ 윤지나> 복싱을 사랑하는 만큼, 복싱의 발전을 위해 돈을 지불할 의사도 같이 가져야겠다. 어찌됐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있어야 자원이 몰리니까.
◆ 이종훈> 페이퍼뷰 중계 방식은 향후 프로복싱과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대전료 문제와 흥행 이 두가지 문제와 직결된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 프로복싱의 부활은 요원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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