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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vs 천정배의 정면 승부…광주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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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25%안팎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며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질주하던 문 대표가 4군데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 특히 정치적 텃밭인 광주를 내줌으로써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다.

문 대표는 지난달 30일 “제가 부족했으며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패배 파문을 진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문 대표의 사퇴론이 나오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박주선 의원 등이 당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의 결론은 문 대표의 사퇴는 안 된다는 봉합이었다.

문 대표 사퇴론이 당장은 큰 불길처럼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이다.

새정치연합의 상당수 의원들 뇌리 속에는 문재인 얼굴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느냐는 정치적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표를 기반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호남과 수도권 의원들, 내심으로는 이번 재보선 결과를 공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 후보를 23%p 차이로 따돌리고 천정배 의원을 옹립한 광주 민심이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면 호남이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할 수 있고, 수도권 의원들도 너나없이 나가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여의도 정가를 휘감고 있다.

대대적인 인적개편,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이번에 보여준 광주의 문재인 심판이 내년에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약해지진 않을 것이다.

일반론에 가까운 야당의 무능은 인적 구성원들이 무능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표가 이런 민심, 야당 성향의 표심을 읽지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니 야당이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표는 그 등 위에 올라 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이를 깨닫고 “시련을 약으로 삼겠다.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개혁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고 밝혔으니까 두고 볼 일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문 대표가 언급한 절체절명의 각오란 환골탈태를 하겠다는 뜻이며 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노무현식의 정치도, 친노의 패권적 방식과 결별을 하는 것일텐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다.

친노 성향인 측근들부터 쳐내고 그 자리에 경제정당과 안보정당, 중도 정당 지향과 어울리는 인물들을 앉히는 게 절체절명의 위기 탈출의 첫 조치이나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해찬 의원을 비롯한 집단성이 강한 의원들이 문 대표를 둘러싸고 있고 당 구조도 원로그룹과 각 계파 수장들, 그리고 최고위원이라는 3단계 계층 구조다. 문 대표가 이런 의사결정 구조의 틀을 깨야 한다.

문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문 대표는 법조인 출신으로 옳고 그름을 가르는 사법적 잣대를 갖고 있으며 확확 바뀌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표는 지난 대표 경선 때 경쟁자인 박지원 의원의 전략공천론에 대해 줄곧 비판적이었으며 이번 재보궐 선거 후보 선정도 경선을 금과옥조처럼 여겼다.

특히 인적 개편을 단행하려면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는데 ‘작두’를 들만큼 단호하지도, 비인간적이지도 않은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이런 틈새를 천정배 의원이 파고들고 있다.

천 의원은 당선 일성으로 호남 발 정계개편을 들고 나오며 문재인 대표와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달 30일 “새정치의 절반 정도는 빼올까 싶다. 뉴DJ들을 키워 교섭단체에 도전하겠다”며 “반드시 내년 총선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겠다”는 정치적 포부를 밝혔다.

가능하다. 호남, 특히 광주에는 신당 창당 요구가 아주 거세며 천 의원이 구심점이다.

야당 출입 기자들은 앞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해야 할 정도로 야권 발 정계개편의 태풍의 핵으로 등장했다.

신당에 동참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는 인적 자원도 상당히 많다. 문제는 정치적 낭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이 정치적 낭인이거나 그와 비슷한 성향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더 나아가 새정치연합 의원들 빼내오기를 통한 신당 창당을 한다면 호남의 새정치 요구와는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광주의 민심은 새정치연합 의원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또한 천정배 의원은 대한민국의 알아주는 천재다. 천 의원은 어떤 때는 정치를 천재들의 방식으로 하려 한다.

4선의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그의 곁에는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이 붙어있지 않을 정도로 나홀로 움직인다.

지난 2000년 아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들떠보지 않을 때 혼자 노무현 대통령론을 설파했다. 정치적 예지력과 혜안은 탁월하지만 그를 실행에 옮길 역량을 발휘했는지에 대해서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천정배 의원이 새정치 세력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지 자신이 호남 정치 복원의 구심점이 돼 대권을 생각하고 판을 만든다면 그도 역시 현 야당 지도부와 다른 게 없구나는 인식을 줄 것이다.

정성을 다해, 낮은 자세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하다 보면 대권 고지가 자연스럽게, 덤으로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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