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정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난 29일 미국 의회 연설 내용에 대해 깊은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현재의 대일 외교기조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성명을 통해 "이번 아베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통해 주변국들과의 참된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인식도, 진정한 사과도 없었음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미 의회 연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려면 과거사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반성을 통해 국제사회와 신뢰 및 화합의 관계를 이뤄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행동은 그 반대로 나아가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식민지배 및 침략의 역사,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참혹한 인권유린 사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주변국과의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일본에 대해 과거사와 안보 및 경제를 분리 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이 계속 유효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지속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그는 오는 6월 한일관계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우리나라가 한중일 3국 협력을 복원하기 위해 주도적 노력을 해온 사실을 거론했다.
정부는 아베 총리가 이번 미국 방문 기간에 여러 계기가 있었음에도 과거사 문제 해결을 회피한 점으로 미뤄 오는 8월 종전 70주년 담화에도 큰 기대는 걸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아베 총리가 이번에 (과거사 사죄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끝났다고 보진 않는다"며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이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변인은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 결과를 놓고 우리나라의 외교 실패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일관계가 진전된다고 해서 한미관계가 악영향을 받는다거나 외교의 실패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고,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좀 극단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베 총리가 미국 방문을 통해 전범국 꼬리표를 떼어내는 등의 높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숙제를 남겨놓았다는 판단이다.
파이낸셜타임스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영미권 주요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과 관련해 식민지배와 침략,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죄하지 않았다고 비판적 논조를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 논평에서 "이웃국가들이 일본을 분명히 참회하는 국가로 인정할 때까지 미국 동맹으로서 아베 총리의 가치는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아베가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며 “결국은 일본 경제가 살아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