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20주기를 맞은 28일 위령탑에서 열린 공식 추모식에 참석한 유족들이 희생자 비석 앞에 헌화하고 있다.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사고 20주기를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도식이 28일 대구 학산공원 내 위령탑에서 열렸다.
희생자 추도식이 공식 행사로 진행된 건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정덕규 유족회장은 “참사 발생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대형 안전 사고가 끝없이 일어나고 있다. 사고가 터지면 모두가 안전 의식을 부르짖지만 또다시 안전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다”며 ‘안전의 망각’을 경고했다.
그는 또 “대형 참사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20년 전 오늘의 아픔을 제발 망각하지 말고 안전한 대구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추도식엔 유가족을 비롯해 정태옥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윤재옥 국회의원, 곽대훈 달서구청장 등이 참석해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2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만큼 유족의 가슴 속엔 한맺힌 그리움이 깊게 멍울졌다.
희생자 101명의 이름 석자가 새겨진 비석 앞에서 유족들은 가까스로 참아온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고 김병석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고 김군의 어머니는 “어떻게 아들을 잊겠나. 평생 가도 죽어서도 못 잊는다. 이렇게 힘들고 허망한 나라가 아닌 다른 좋은 나라에서 잘 살고 있을거라 믿고 있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위령탑에 모인 유족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5년 4월 28일 안전 관리 소홀로 빚어진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허술한 가스배관 관리와 건설업체의 불법 시공이 부른 이 사고로 101명이 목숨을 잃고 20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 사회는 만연한 안전불감증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에 대한 망각을 일깨우는 유족들의 외침이 위험 사회로 내몰린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