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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고은 "센 역만? 몇 년째 멜로 찾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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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누아르 '차이나타운'으로 관객 만날 채비 마쳐…"인간관계 다룬 멜로"

영화 '차이나타운'의 주연배우 김고은이 23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 전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배우 김고은(24)은 29일 개봉하는 주연작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폴룩스픽쳐스)을 두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온기가 밴 멜로"라고 표현했다.

"차이나타운은 장르로 봤을 때 누아르, 범죄 드라마지만 감정이 돋보이는 영화예요. 극중 인물들은 모두가 서로를 사랑해요. 단지 자기들만 모를 뿐이죠."

최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공교롭게도 사연을 지닌, 범상치 않은 역할로 계속 관객과 만나고 있다'는 말을 건내자 "마음이 가는 작품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듯싶다"고 했다.

"읽었을 때 좋은 시나리오라면 별 고민 없이 선택하고 있어요. '이 영화가 잘 될까'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같은 염려는 하지 않으려 애쓰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영화는 하게 되더라구요."

차이나타운 역시 김고은에게 그러한 작품이다. 자신이 연기한, 태어나자마자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진 뒤 차이나타운의 대모인 엄마(김혜수) 손에 길러진 일영은 "뚜렷하게 다가오는 캐릭터가 아니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의 목표가 '잘 사는' 것이라면 그 아이(일영)의 가장 큰 목표는 오로지 '사는' 것으로 다가왔어요. 시나리오로 읽을 때는 잘 넘어가던 부분도 직접 연기로 표현하려니까 신중해지더군요. 자칫 잘못했다가는 일영이라는 아이를 관객들이 오해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미묘한 감정 변화를 줘야 하는 지점들이 어려웠죠."

◇ "메마른 삶 송두리째 흔드는 '친절'…남녀 관계 이상의 그 무엇"

영화 '차이나타운'의 김고은(사진=폴룩스픽쳐스 제공)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 극중 악성 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에 의해 흔들리게 되는 일영의 감정에 설득력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김고은은 흥미롭게도 "일영과 석현의 관계가 멜로로 보이는 것을 경계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일영과 석현을 보면서 '저 둘이 저러다가 사랑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일영이 평생 겪어보지 못한 낯선 감정에 의해 흔들리는 거라 봤어요. 바로 '친절'이죠. 석현의 친절함이 메마른 삶을 살아 온 일영의 존재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셈이죠. 그건 남녀 관계 그 이상의 것이라 봤어요."

김고은은 어릴 적 중국에서 10년을 보냈다. 베이징(北京)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현지인들이 다니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쳤다고 한다.

"중국에서 한국의 중학교로 전학 왔을 때는 낯선 것들 투성이였죠. 중국과 한국의 문화를 접한 제게는 두 개의 사고가 있는 것 같아요. 중국에서의 경험은 자연과 어우러진 것들이 대부분이죠. 어릴 때 말을 많이 탔어요. 한국에 온 뒤 9년 만에 사극 '협녀'를 찍을 당시 말을 타면서 너무 좋았죠. 한국에서 승마는 고급 스포츠 같은 느낌이잖아요. 중국에 있을 때는 호숫가를 자유롭게 달리고는 했죠."

김고은이 '두 개의 사고'라고 표현한 경험의 산물은 분명 그의 연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살던 동네가 한국으로 치면 1970, 80년대 느낌이었죠. 그 시절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속 풍경이 제겐 익숙했거든요. (웃음) 어른들이랑 대화를 할 때도 그분들의 학창시절 경험이 제 것과 비슷해서인지 말이 잘 통해요. 제 안에는 그러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 김혜수 전도연과 연이어 호흡…"배우 떠나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느낌"

배우 김고은(사진=황진환 기자)

 

김고은은 이번에 개봉하는 차이나타운에서는 김혜수와, 후속작으로 선보일 협녀에서는 전도연과 각각 호흡을 맞췄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여배우와 함께한 소감을 묻자 "훌륭한 어른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좋은 배우의 필수 조건이 되는 자세를 알려 주신 분들이에요. 제 연기는 물론 삶에 도움이 되는 감정들 말이죠. 제게 후배가 생기면 꼭 전해 주고 싶어요. 좋은 것을 대물림하고 싶은 마음이겠죠. (웃음) 제겐 너무 큰 행운입니다."

그들을 옆에서 봐 오면서 한국 영화계에 힘이 되는 존재로 크자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는 김고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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