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과연 사라졌나' 토론회가 열렸다. (유연석 기자)
“오늘 토론회 제목이 ‘기레기는 과연 사라졌나’인데, 제목이 잘못됐다. ‘기레기는 과연 변하고 있나’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성호 엄마(정혜숙 씨)의 말은 토론회에 앉아 있는 기자들을 고개 숙이게 했다.
15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과연 사라졌나’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6개 단체가 공동으로 연 토론회였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나타난 오보, 받아쓰기 보도, 선정적인 보도 등으로 인해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는 기자들의 명함이 됐다.
자성의 목소리도, 그에 따른 제도적 규범을 만드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해 KBS 젊은 기자들은 유가족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또 언론 단체들이 모여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언론노조 소속 현업 언론인들도 지난 14일 안산 분향소에서 찾아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패널로 참석한 성호 엄마는 ‘기레기는 사라졌나’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오. (기자들은) 여전히 기레기입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세월호 보도 참사 이후 언론인들은 자성의 차원에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언론 보도 참사가 ‘재난 보도 가이드라인’이 없어서인가. 언론이 재난 보도라는 프레임으로 이 상황을 규정한다면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책임 회피이자 언론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그는 기레기가 태어날 수밖에 없게 만든 언론(혹은 기자)의 관행이 있으며, 이러한 일상이 수면 밑에 있다가 세월호를 통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윤리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독립에 대한 자각과 실천적 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보도 행태가 부정적 관행으로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그 부정적 관행으로 ▲치열한 속보 경쟁 ▲사실 확인 없는 받아쓰기 ▲의도적인 왜곡 조작 보도 ▲특정 이슈 배제 또는 축소 ▲기자단의 폐쇄성과 배타성·독점성 등을 지목했다.
정 교수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언론 보도의 부정적 관행들은 세월호 대참사 그리고 세월호 언론보도 대참사를 복구하는 데에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라며, “이러한 부정적 관행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2의 대참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