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서 맴맴' … 세월호 이후 ‘재난보도’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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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세월호 기획⑫] 재난보도준칙 '제정'만 된 것 아닌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문화·예술·언론·연예계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세월호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 싣는="" 순서="">
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③ 세월호 가족에게 '가족'으로 불리는 언론인
④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⑤ "단상 위 대통령과 무릎 꿇은 母…내겐 충격적"
⑥ 배우 최민수, "세월호 참사는 미래에 대한 수장식"
⑦ '세월호 1주기'…다큐 영화 '다이빙벨'이 남긴 것
⑧ 형제자매들…"부모님 앞에서 슬픈 내색 못해요"
⑨ [르포] '아고라' 된 광화문 광장…꿈틀거리는 시민들
⑩ 배우 정진영 "세월호는 '비극'…유가족 발언 '경청'해야"
⑪ '표현의 자유'…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다
⑫ '제자리서 맴맴' … 세월호 이후 '재난보도’는 그대로
(계속)

(유연석 기자)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후 나온 이 한 줄은 마음을 졸이며 티비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구원이나 다름없는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이 한 줄이 역사상 최악의 오보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뿐 만이 아니었다. 세월호 사고 후 사실 검증 없이 쏟아진 받아쓰기 기사에 흥미 위주 자극적인 보도 등은 언론의 신뢰도를 추락시켰고, 소위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기레기'라는 단어가 기자의 호칭을 대신하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의 참사라고도 평했다. 반성이 필요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했다. 그러한 고민이 지난해 9월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 15곳이 모여 만든 '재난보도준칙'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세월호 1주기가 다 되가는 시점에서 현재, 언론은 얼마나 바뀌었는지 돌아보고,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살피는 자리가 마련됐다. 방송기자연합회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세월호 1년의 교훈, 재난방송보도를 위한 보도국 안에서의 실천과제’라는 제목의 토론회였다.

◇ 재난보도준칙 제정 이후 언론은 달라졌나?

아쉽게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장운석 기자(SBS A&T/영상취재)는 "재난보도준칙도 생기긴 했지만 현장에 있는 기자 입장에서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자괴감이 여전히 든다"고 했다.

그는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 치매 노인 방화 사건, 판교 콘서트 장에서 일어난 환풍구 붕괴 사고, 전남 담양 펜션화재, 강화도 캠핑장 화재 사고 등을 언급하며 “단지 사고의 규모가 세월호 침몰 사고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때의 보도 관행은 여전하다”고 했다.

조금이나마 개선된 게 있다면 사고 발생과 동시에 포토라인이 신속하게 만들어지는 점과 자극적인 화면의 노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기자들이 피해자 접촉 시 그들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점이다.

장 기자는 “다만 이것이 그렇게 취재하면 욕을 먹는다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한 것이지, 제도적인 변화 때문은 아니다”며 “시간이 지나고 지금의 경험이 없는 기자들이 생기면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강형철 교수(숙명여대 미디어학부)는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안타깝게도 속보지상주의가 낳은 오보, 홍보성 발표를 옮김으로써 발행하는 사태인식의 왜곡, 시청률 지상주의에 홀린 비인권적 취재 행위, 권력 비호를 받기 위한 물 타기와 프레임 전환 등의 문제들은 여전히 망령처럼 한국 언론 지평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재난보도준칙이 ‘제정의 의미’만 갖고 만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 추상적인 재난보도준칙, 구체적으로 바꾸고 계속 교육해야

김춘식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재난보도준칙에는 보도 내용 묘사에 적용되는 실제적인 가이드라인이 담겨야 한다”고 현 준칙의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가령, <자극적 영상이나="" 선정적=""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사실을 부풀리거나 과장하는 표현’,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표현’, ‘비속어 사용’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한 “준칙 제정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며 “데스크와 취재기자들이 일선 현장에서 준칙을 준수할 수 있게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사 각각의 보도준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KBS는 내부의 재난보도준칙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난보도준칙 개정이 지난해 KBS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 들어갔고, 내부에서도 개정요구가 있었다.

엄경철 KBS 재난방송팀장은 “기존의 도덕적이면서도 추상적인 문구를 바꾸어 다양한 실제 사례를 반영해, 읽히는 준칙이 되도록 만들었다”면서 “재난보도준칙이 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지 문제됐던 재난보도사례를 들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준칙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엄 팀장 역시 “새로운 재난보도준칙이 취재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며 “준칙이 확정되는 대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 NHK, 매일 밤 긴급방송 모의훈련 실시

이날 토론회에서 눈길을 끄는 사례는 NHK의 재해보도였다. 츠카모토 소오이치 NHK 서울지국장은 “일본은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가 많아 어느 정도 대비하는 자세가 돼 있다”며 “특히 자연재해(지진, 쓰나미) 보도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정이 지난 오전 1시 뉴스센터에서 실제상황처럼 훈련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자막의 크기, 그래픽의 적절성, 앵커의 목소리 톤 등을 연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자연재해와 달리 인재의 경우, 사례마다 다르고 대비할 수가 없으니 매뉴얼을 만들기도 어렵다”며 “재해를 겪은 후 그에 맞게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사건 당시, NHK 역시 유가족을 과도하게 취재한 일로 비난을 받았다. 당시에는 사건이 터지면 유가족의 코멘트를 얻어야 좋은 기자라고 교육받았었다”며 “지금은 유가족이 (자발적으로) 협조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인간관계를 맺는 게 기자가 할 일 같다”고 했다.

또 그는 유가족의 슬픔은 언론이 반드시 전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의 슬픔을 알려야 재난을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는 동기가 시청자들에게 전해진다. 그렇게 해야 그 비극을 잊지 않고 대책을 마련하는 국민 차원의 합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때문에 NHK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올해에도 3월 한 달간 16편의 특별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했다. 지진 발생 당일인 3월 11일에는 방송 24시간 중 동일본 대지진 관련 정보만 16시간 19분을 방송했다.

◇ 공영방송 KBS가 먼저 변해야

이날 패널들은 공영방송인 KBS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는 일본의 NHK처럼 재난방송주관 방송사이자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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