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전투기(KF-X) 이미지 (자료사진)
한국형 차기전투기(KF-X)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과거 재고용을 약속했던 희망퇴직자들의 채용 요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KAI 생산직 23명, 눈물 머금고 희망퇴직KAI 생산파트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03년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지난 1999년 외환위기로 부실해진 삼성항공과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부를 통합해 설립한 KAI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상황이었다.
A 씨는 "통합 뒤 회사가 어려워지자 생산직 직원들에 대해 대기발령을 냈다"면서 "항의 집회도 하고 했지만 소용이 없어서 결국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A씨는 현재 KAI 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월급의 절반 정도를 받으며 KAI의 한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KAI는 A 씨 외에 23명의 생산직 직원을 희망퇴직 시키는 대신 향후 경영상황이 좋아지면 이들을 다시 채용하겠다는 확인서까지 써줬다.
KAI의 확인서
당시 대표이사였던 길형보 전 사장 명의의 확인서에는 "회사는 향후 경영여건이 호전되어 생산직종을 대상으로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할 시는 첨부 대상자중 본인의견을 확인하여, 본인이 희망할 경우 최우선적으로 채용(정규직) 할 것을 확인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KAI, 재고용 약속 안지켜
이후 KAI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산고등훈련기 T-50 개발 등 우리 군의 항공관련 주요 무기 국산화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2011년 매출 1조 2,857억원, 영업이익 1,060억원을 기록하며 부실기업에서 우량기업으로 발돋움했고 다시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A 씨 등 희망퇴직자 가운데 재입사를 희망하는 7명은 확인서를 근거로 재입사를 요구했고 KAI는 나머지 희망퇴직자의 재입사 포기각서를 받아오면 재입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A 씨 등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던 옛 동료들을 찾아 포기각서를 받아왔지만 KAI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희망퇴직자 가운데 일부는 법적소송까지 가게됐다.
그 결과 2012년 8월 1심 재판부는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생산직 사원 신규 채용시 의사를 확인하여 최우선적으로 채용하기로 하는 위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라며 A 씨 등 희망퇴직자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이같은 1심 재판부의 결정은 2년 뒤인 2014년 3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고 이를 근거로 희망퇴직자들은 다시 재입사를 요구했지만 KAI는 아직까지 제대로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KAI 홍보영상 화면 캡처)
◇ KAI "6개월짜리 실습인턴 지원하라"
KAI는 대신 지난해 5월쯤 6개월짜리 실습인턴 채용시험에 응시하라고 A 씨 등에게 통보했다. 실제로 7명의 희망퇴직자 가운데 3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습인턴 채용시험에 응시했지만 서류시험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채용시험에 응시했던 B 씨는 "큰 기대는 안했지만 정식 면접을 볼 기회도 안주고 서류에서 탈락시키고 문자만 한통 달랑 왔다"면서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그저 답답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A 씨는 "회사 신규채용이 있으면 무조건 채용을 할 것으로 알고 10년을 기다렸다"면서 "확인서라도 없었으면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텐데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AI 관계자는 "법원 판결은 희망퇴직자들에게 채용 기회를 줘야한다는 것이지 채용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당장 이들을 채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KAI는 지난달 30일 1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전투기 사업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