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왼쪽), SBS 'LTE뉴스'
배를 그러안고 넘어질 정도로 심하게 웃는 '포복절도'와 '정치'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을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2~3년 전까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던지는가 하면 난투극을 벌이는 극단적 대치를 하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게는 했을지언정 웃기는 코미디를 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선보인 정치 개그 코너들이 빅 히트를 치고 있다.
지난 5일 밤 첫 선을 보인 KBS2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과 SBS 웃찾사의 'LTE 뉴스'가 대표적인 정치 풍자 코메디 코너다.
'민상토론'이 일단 대박을 터트렸다.
개그맨 유민상·김대성이 패널로, 박영진이 사회로 나선 '민상토론'은 무상급식의 홍준표 지사와 문재인 대표,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까지 거론하는 등 그동안 개그 소재로 금기시되다시피 한 거물 정치인들을 은근 슬쩍 꼬집었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 보면 즉각 누구를, 무슨 내용을 다루려는지 알 수 있는 것들로 꾸몄다.
박영진이 무상급식과 관련해 패널로 참여한 유민상·김대성에게 '찬성하냐, 반대하느냐'를 집요하게 묻는다.
그 때마다 유민상·김대성은 즉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해 하며 왜 내가 이런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느냐고 박영진에게 대든다. 이 때 생뚱맞고 이상한 표정 연기를 한다. 이 부문에서 일차로 빵 터진다.
박영진이 계속 다그친데 항의하는 유민상이 "왜 나한테만 이러나, 나 안 하겠다"고 말하자 박영진은 "방금 유민상씨가 개그맨을 그만둔다고 선언했다"고 부풀려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박영진은 이어 '이민호-수지의 열애설 보도' 사진을 보여주는 척 하다가 사진 아래 쪽에 관련기사 제목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2800억 기업특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유민상씨는 눈을 휑덩그렁하게 뜨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런 질문 말고 앞에 있는 내용(이민호-수지 열애설)을 물으라"고 되받는다.
그러자 박영진은 "아, 무상급식 문제를 묻는거죠"라며 생뚱맞게 대꾸하자 유민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런 것 말고, 위에 것'이라고 한다.
유민상의 반항에 아랑곳하지 않은 박영진이 계속 채근하자 유민상은 또 특유의 표정을 지어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파안대소를 하게 만들었다.
김대성이 유민상씨가 이번 재보궐 선거의 관악을 후보로 나서겠다는 내용을 공개하면서는 아예 포복절도 그 자체였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출마를 비꼰 것이다.
특히 앵커로 나온 박영진씨가 다음주에는 정치인 유민상을 통해 박근혜 정권 중간평가를 하겠다고 예고하자 유민상은 아예 무대를 박차고 나갔다.
박영진의 마지막 멘트인 "다음 주에는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를 해보도록 하겠다"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거물 정치인들을 겨냥한 화끈한 발언과 재치 있는 유머가 어울어진 개콘의 '민상토론'은 정치 풍자 개그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게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다루기 쉽지 않은 정치인들을 소재로 한 '민상토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음을 순간 시청률 16.6%가 증명했다. 방송 이후 동영상 조회 건수가 하루 만에 백만 건이 넘을 정도였다.
개그콘서트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지난 5일 밤 개콘의 새 코너 '말해 Yes or No'와 '민상토론'에 대한 첫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다시 일요일 밤 안방을 지배할 공산이 커졌다.
또 웃찾사의 강성범이 진행하는 'LTE 뉴스' 역시 정부의 정책들을 서민들과 청년층에 맞춰 한마디로 촌철살인하는 비판은 그 어떤 언론들의 평가보다 돋보인다는 게 젊은 층의 반응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아직 개콘의 '민상토론'이나 웃찾사의 'LTE뉴스'를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개그 코너가 계속 정치인과 정치 관련 뉴스를 소재로 삼아 웃음을 선사할 경우 정치인들도 주일 밤에 텔레비전 앞에 앉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거물 정치인들은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미국이 방송들은 대통령을 포함해 유력 정치인들을 최고의 코미디 소재로 삼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흉내내는 코미디언은 단연 유명세를 탄다.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발언과 행위가 희화화하는 데 대해 불쾌할 수 있으나 개그 프로의 이런 풍자와 해학 넘치는 재치를 웃어넘길 수만 있다면 모처럼 10,20,30대 젊은 층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