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의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와 관련, 정부 내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진영의 제재 동참 여부와 남북한 정상간의 회동 가능성이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은 두 측면 모두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쪽으로 크게 기울어졌다.
우선 러시아와의 관계 측면에선 대러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가장 큰 고려사항이다.
미국은 최근 양당 상원의원 13명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의 2018년 월드컵 개최를 반대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서방국 정상은 불참 의사를 통보했고, 전쟁 책임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군사 퍼레이드 일정은 빼고 참석하기로 했다.
현재 참석 의사를 밝히거나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이탈리아와 체코, 그리스 정도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도 최근 사석에서 이와 관련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물리적 시간을 따져도 5월 9일 승전 기념식까지 한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남북관계 측면에서도 정부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다른 고위 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북한 김정은을 만났을 때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할지, 잠시 만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장관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고, 더구나 한미군사훈련이 오는 24일까지 계속되는 상황에선 정상간 회동을 위한 사전 물밑정지작업이 가능하지도 않다.
김정은 북한 제1비서의 참석 여부가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판단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까지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
먼저, 주변 4강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적절한 '불참 사유'를 설명해야 하고, 대통령을 대신해 누구를 보낼 것인지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60주년 행사 때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던 것과 달리 러시아가 더욱 비중을 둔 70주년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섭섭함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유라시아 친선특급행사에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출로를 뚫기 위해서라도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는 상황에선 큰 틀에서 풀 수밖에 없고 가장 좋은 방법은 정상간의 대화"라며 "당장 추진하는 게 부담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