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티크라이스트'의 샤를로뜨 갱스부르.
미셸 공드리 감독의 연출작 '수면의 과학'(2006)으로 기억한다. 샤를로뜨 갱스부르라는 배우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 말이다.
감독의 전작인 '이터널 선샤인'(2004)과 비슷한 맥락에서, 수면의 과학은 꿈과 현실을 오가며 다져지는 로맨스로 뇌리에 남아 있다. 그 안에서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도시적인 외모와 과하지 않으면서도 선명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71년생으로 올해 만나이 마흔셋인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상과 금기의 경계를 허물어 온 그의 작품 선택은 세계 영화사에도 심상찮은 족적을 남기는 중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뮤지션이자 배우, 감독으로 유명한 세르쥬 갱스부르, 어머니 역시 배우이자 가수인 제인 버킨이다. 태생적으로 영화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그녀는 촬영장을 자연스레 오갔고, 열한 살 때 어머니의 추천으로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1984)에서 까뜨린느 드뇌브의 딸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영화계에 데뷔한다.
영화 '웰컴, 삼바'의 한 장면. (사진=블루미지 제공)
이듬해 '귀여운 반항아'(1985)에서 주연을 맡은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세자르 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던 그녀는, 샬롯 브론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제인 에어'(1996)로 특유의 차분하고 풍부한 감성연기를 선보이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는다.
부모로부터 다재다능한 끼를 물려받은 덕일까.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연기는 물론 음악, 모델 활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 앞에는 '프렌치 시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중성적인 외모와 헝크러진 머리, 특유의 무심하고 나른한 분위기로 완성시키는 세련된 패션 덕에 주어진 별칭이다.
◇ 문제작 '안티크라이스트' '님포매니악 볼륨 1, 2'로 터부 허물기 나서뭇여성들이 부러워하는 어여쁜 선망의 대상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배우로서 자신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파격적인 길을 택한다. 문제적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2009)가 그것이다.
영화 '님포매니악'의 한 장면.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시종일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이 영화에서 그녀는, 남편과의 섹스에 취해 아들이 추락사하는 것을 방치했다는 죄의식에 시달리는 여성으로 분해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는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상영시간이 흐를수록 극도로 피폐해지는 샤를로뜨 갱스부르의 내·외면은 영화적 금기에 도전하는 투사를 연상시킬 만큼 격정적이다. 결국 그녀는 안티 크라이스트로 그해 열린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특별한 행보를 걷는 여배우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이후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재회한 그녀는 '멜랑콜리아'(2011)에서 현대인의 보편적인 질환이 돼 버린 우울증을 짚어보더니, 급기야 문제작 '님포매니악 볼륨 1, 2'(2014)를 통해 다시 한 번 터부에 도전하는 의미 있는 작업을 벌인다.
각각 두 시간 분량의 볼륨1, 2로 나뉘어 개봉한 이 영화에서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자기를 도와 준 한 남성에게 지난 섹스 경험을 들려 주는 여자 색정광 조로 분했다.
영화 '나쁜 사랑'의 한 장면. (사진=수키픽쳐스 제공)
그녀는 안티 크라이스트에 이어 파격적인 노출을 불사하는 연기로 여성을 단순히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가부장적인 남성들과 그러한 흐름을 부추기는 세상을 향해 통쾌한 주먹을 날린다.
◇ 독자적 연기 영역 개척…내달 '나쁜 사랑' '아리아'로 관객과 재회
배우로서 독자적인 연기 영역을 개척해 온 그녀는 올해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웰컴, 삼바'에서 번아웃 증후군 탓에 항상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사는데다, 분노 조절 장애까지 겪는 앨리스로 분해 치유의 여정을 선보였다.
그녀는 번아웃 증후군을 이해하기 위해 이 영화의 촬영이 시작되기 수개월 전부터 의학 서적을 찾아보고 직접 정신과 의사에게 자문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샤를로뜨 갱스부르는 곧 두 편의 작품으로 연이어 관객을 찾아온다.
영화 '아리아'의 한 장면.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다음달 16일 개봉하는 '나쁜 사랑'에서는 엇갈린 인연 탓에 동생의 남편으로 재회하게 된 남자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실비로 분해, 특유의 시크한 분위기와 섬세한 연기를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