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로드FC 22 대회가 열린 장충체육관. 만원을 이뤘지만 대회사의 허술한 대회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사진=로드FC 제공
지난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로드FC 22'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권아솔(29)과 이광희(29)가 맞붙었습니다.
격투기팬이라면 아시겠지만 둘은'숙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동갑내기 라이벌입니다. 지금은 챔피언인 권아솔이 한 발 앞선 형국이지만 지난 2007년 스피릿MC에서의 두 차례 대결에서는 이광희가 모두 KO로 승리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둘은 대회 전날(20일) 계체량 때부터 몸싸움을 하며 신경전을 펼쳤습니다. 메인이벤트로 열린 둘의 경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주고받는 펀치는 묵직했고, 경기 운영은 노련했습니다.
팽팽하던 승부의 추는 1라운드 중반 권아솔의 엘보우 공격이 이광희의 이마에 적중하면서 기울었습니다. 곧이어 이광희의 이마에서 출혈이 시작됐고, 상처 부위의 닥터체크를 위한 중단과 속행을 반복하다가 경기는 3라운드 1분이 지났을 무렵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명승부였습니다. 권아솔은 챔피언다운 경기력을 보여줬고, 이광희는 심한 출혈에도 불구하고 선제공격으로 압박하고 카운터로 응수하는 등 투지가 넘쳤습니다.
경기 후 혈전을 치른 상대에 대한 매너도 돋보였습니다. 판정이 내려진 순간 '승자' 권아솔과 '패자' 이광희는 꼬옥 껴안았습니다. 이들의 모습에서 최선을 다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권아솔은 SNS에 "광희야, 너무 고맙고 정상에서 만나자. 너와 난 최고의 라이벌이었다. 몸 관리 잘하고 다음 시합도 화이팅하자"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만 대회사의 대회 운영은 아쉬웠습니다. 대회사는 권아솔과 이광희 전 승리 결과를 권아솔의 TKO승이 아닌 판정승으로 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습니다.
당시 경기를 복기해보면 3라운드 1분 12초, 이광희의 이마 출혈이 심하자 의료진은 경기를 속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럴 경우 과다출혈로 인한 권아솔의 레프리스톱 TKO승이 맞습니다. 하지만 대회사는 경기를 중단하기 전까지의 점수를 종합해 판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승리 결과는 판정승에서 TKO승으로 변경됐지만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로드FC는 올해 열린 두 차례 대회를 모두 새단장한 장충체육관에서 열었습니다. 장충체육관은 과거 프로레슬링, 권투, 씨름 등 격투스포츠의 메카로 각광받았던 곳입니다. 날로 높아지는 종합격투기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날 5500석 규모의 장충체육관은 매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