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퇴원 직후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과 국민 성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자료사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습격당한 지 8일만인 13일,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한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미국 대사의 피습 사건이었던 만큼, 범행을 저지른 김기종 씨의 체포 직후부터 현재까지 사회 각계의 관심이 들끓었다.
요인 경호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책임 문제부터, 국가보안법 적용 논란, 그리고 종북(從北)과 숭미(崇美) 논란까지 리퍼트 대사와 김 씨를 둘러싼 파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 美 대사 피습, 경찰의 경호 책임 논란
사건 직후 우리 경찰의 사전 경비나 경호가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대사가 참여하는 행사였고, 범행 현장에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파견된 경찰 인력이 있었음에도 습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 대사관 측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위험이 없는 한 한국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대사와 같은 주요 요인의 경우, 오히려 동선 노출을 피하기 위해 대사관 측에서 일정 공유를 꺼리는 채로 자체 경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도심 한복판 사전 예고된 행사장에서 벌어진 핵심 외교관의 피습 사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앞서 정부는 사건 당일 긴급 차관회의를 소집해 우리 측 신변보호 책임자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임을 밝히기도 했다.
◈ 김기종이 북한 연계? 무리한 국보법 적용 논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김기종 씨가 리퍼트 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직후 경찰에 체포되면서 외친 말은 "전쟁 훈련 반대"였다.
그는 경찰에서도 남북 화해 분위기를 가로막는 군사 훈련과 관련해 미국 대사에 항의하려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재야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 대표로서의 김 씨 이력 등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사건 이튿날 김 씨에 대해 살인미수와 업무방해 혐의 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김기종 씨의 7차례에 걸친 방북 경험과 평화협정 체결 주장 등을 문제삼은 것.
경찰은 또 김 씨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 10여 권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연계성에 대해 김 씨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부인하는 가운데, 국보법 적용이 무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뚜렷한 목표를 갖는 이적 목표성이 갖춰져야 국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면서 "단순히 이적성 의심 책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김 씨에게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는 건 여론몰이식 수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경찰은 김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 당시 국보법 위반 혐의를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검찰은 이를 반려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이 공안 사건으로 옮겨갈 것이지 여부는 향후 수사를 이어갈 검찰의 판단에 놓이게 됐다.
◈ 정치권와 보수단체의 '종북몰이'까지 등장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종북 논란이 빚어졌고 불똥은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단체로도 튀었다.
새누리당은 앞서 이 사건과 관련해 야당에 대해 '종북 시비'를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을 '종북 숙주'라고 칭하며 책임론을 꺼내든 새누리당 심재철, 하태경 의원 등 5명의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새정치연합의 법적 대응은 자칫 정치권이 웃음거리가 될 수 있는 태도"라며 반박하는 등 여야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종북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는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잇따르면서 시민사회계의 여론도 정치화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리퍼트 대사가 입원해 있던 병원 앞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 신동욱씨가 석고대죄를 하는 한편 보수단체들이 쾌유를 비는 부채춤과 난타 공연까지 열어, 오히려 지나친 반응 아니냐는 역풍마저 불고 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개인의 일탈 행동을 종북 세력으로 몰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