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대전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선 뒤 두 발을 배터 박스에서 떼면서 자동 삼진을 당한 LG 이진영(가운데)과 당시 상대 투수였던 한화 탈보트.(자료사진=LG, 한화)
개막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야구의 이른바 '스피드업 삼진' 규정이 바뀔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제재 방법이 스트라이크 대신 벌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11일 "올 시즌부터 적용되고 있는 경기 시간 단축 규정 중 타자의 배터 박스 위반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다음 주초 이 부분에 대해 스피드업 위원회를 열고 재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제재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이 관계자는 "스트라이크 선언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면서 "김인식 규칙위원장 등이 모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경기가 없는 16일 회의가 열린다. 메이저리그(MLB)처럼 벌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KBO 리그처럼 MLB 역시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같은 타석 제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9이닝 기준 3시간 2분인 평균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스트라이크 대신 500달러(약 56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데이비드 오티스(보스턴)는 "벌금 내더라도 타석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KBO는 지난해 역대 최장인 평균 3시간 27분을 찍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을 내놨다. ▲이닝 중 투수 교체 시간 단축(2분45초→2분30초) ▲타자 등장 시 배경음악 10초 제한 ▲타자 불필요한 타임 불허 ▲타석 시 타자 두 발 배터 박스 이탈 금지 ▲사사구 시 타자 뛰어서 출루 등이다.
▲"경기 시간 줄이자 선수들 인식 변화가 목적"이 중 배경음악 제한(음악이 끝나도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은 경우)과 배터 박스 이탈 금지 조항을 어길 경우 자동으로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KBO는 "스피드업 삼진이 지난 7일 개막한 시범경기 10경기에서 7번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대전 경기에서 한화 김경언과 LG 이진영이 대표적 케이스다. 이들은 상대 투수와 승부 도중 투구와 투구 사이에 무심코 타석에서 벗어났다가 스트라이크를 부과받아 자동 삼진아웃됐다. 이진영은 "소련 야구 같았다"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9회말 2사 등 경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까닭에 반대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양 팀 사령탑인 김성근 한화, 양상문 LG 감독이 다른 제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 관계자는 "사실 스피드업 규정은 전지훈련부터 구단들이 훈련해왔고, 연습 경기 때도 적용한 부분"이라면서 "그러나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제대로 정착이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제재 방법을 바꾸더라도 규정 자체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어 "이번 개정의 가장 큰 목적은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가 늘어지지 않고 최대한 깔끔하게 진행하자는 인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라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논의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