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수술해야 할 것 같아요"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주포 김연경(20.흥국생명)이 15일 베이징올림픽 예선(5.17∼25.일본 도쿄) 출전의 꿈을 접었다. 구단이 14일 오른쪽 무릎 수술 일정을 잡아놓고 예선 출전 포기를 종용할 때만 해도 "왜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느냐"고 울면서 항의하던 김연경이다. 하지만 구단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14일로 예정됐던 수술은 병원 측 사정 때문에 16일로 미뤄졌다. 수술 후 재활기간은 4개월. 구단은 "올림픽 본선에는 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자신하긴 어렵다.
더구나 정대영(GS칼텍스)이 발목수술을 받았고, 한유미(현대건설)와 황연주(흥국생명)도 무릎이 아픈데 대들보 김연경마저 빠지면 한국이 태국, 일본 등과 맞서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다는 보장도 없다.
김연경도 처음에는 단순히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년째 풀타임에 가까운 출전을 하며 흥국생명의 연승 행진을 이끈 그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특히 여자프로배구 경기 수는 팀당 24게임에서 올해엔 28게임으로 늘어났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김연경도 정규리그 막판에는 피곤한 모습을 보였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놓쳤다.
김연경은 "처음에는 그냥 `수술하고 내 몸 관리만 하고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좀 지나고 보니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더라. 올림픽 예선에 나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꿈꿔온 김연경에겐 올림픽 무대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구단의 뜻은 달랐다. 3연속 통합 우승을 놓친 흥국생명은 다음 시즌을 벼르고 있다. 김연경을 반드시 붙잡아야 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동국 부단장은 "김연경은 오른쪽 무릎 관절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구단이 아니라 김연경을 위해 수술을 받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14일 밤까지도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관리만 잘 하면 (예선에서) 부상을 악화시키지 않고 뛸 수 있다. 올림픽 티켓을 따고 와서 수술해도 된다"며 예선2∼3경기는 뛰고 싶어했다.
언제나 쾌활하던 20살 김연경은 "대표팀 입장도 있고 구단 입장도 있어서 중간에서 곤란하다"며 "수술 후 다른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후회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힘없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