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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사태 십년감수… 롤러코스트 탄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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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국 대사가 서울 한복판의 공식행사장에서 피습 당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려했던 수준의 외교관계 악화는 일단 피하게 됐다.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상황을 차분하게 관리하며 성숙한 동맹관계를 확인했다.

큰 충격에도 불구하고 훌훌 털고 ‘쿨’ 하게 일어선 마크 리퍼트 대사의 대인배적 풍모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노력들이 어우러져 한미 양국은 대형 악재를 딛고 하루 만에 평상심을 되찾은 듯 보인다.

조기 진화가 가능했던 것은 양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isolated incident’(개별적 돌출사건)로 규정하고 정치적 해석의 개입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맥락과 동떨어진 한 개인이 벌인 일탈행위일 뿐 어떤 다른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에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위로전화를 거는 등 동맹국가에 대한 최상의 예우를 다했다.

이런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 국무부는 “한미 동맹은 굳건하며 몰상식한 폭력 행위는 이를 저지하지 못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적어도 정부 대 정부의 공식라인에선 리퍼트 피습 사건은 성공적으로 봉합됐다.

아산정책연구원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저지른 일이고 한미동맹은 정치나 경제적으로도 굳건하다”며 “양국관계에 구조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워낙 미증유의 사건이 일어난 만큼 그 후유증은 잠복기를 거쳐 서서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양국 정부의 냉정한 대응과는 달리 테러의 트라우마를 겪고있는 미국민들의 반응은 감정적일 수 있다.

자국의 대사가 불의의 일격을 당한 채 피신하는 모습이 CNN 등 주요 언론을 통해 생생하게 반복 전달되면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우려된다.

이번 사건이 반미세력의 조직적 테러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겠지만, 현재 밝혀진 것처럼 한 개인의 돌출행위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한국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다.

경위야 어찌됐건 외교사절 보호에 실패한 나라로 미국 뿐 아니라 세계 뉴스의 주목을 받고있다.

인제대 김연철 교수(통일학부)는 “한국은 안전한 나라로 알려졌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미국 여론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은 한미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는 와중에 발생함으로써 우리 측 부담이 더욱 커졌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양국간 핫 이슈는 웬디 셔먼 미 국무차관의 발언 파문이었다.

셔먼 차관이 한중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편들기’ 식의 발언을 함으로써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되는 와중이었다.

그 이전에도 미국은 연초 남북대화 분위기에 어깃장을 낸다는 의심을 샀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압박을 가해왔다.

리퍼트 대사의 피습 당일 행보도 이와 관련한 한국민들의 우려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한 세미나에 참석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건 한 방으로 우리 외교의 대미 협상력은 일정 부분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한일 과거사 청산 문제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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