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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도시' 시카고, 재즈 바람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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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음악FM '올댓재즈' DJ 백원경, 시카고 재즈클럽 탐방기

시카고 명서깊은 재즈클럽 '재즈쇼케이스'(사진=백원경 DJ)

 

시카고는 블루스와 재즈의 도시. 전설적인 블루스 뮤지션 버디 가이(Buddy guy)가 직접 운영하는 블루스클럽 '버디가이즈레전드'(buddy guy's legends)를 비롯해 '그린밀앤디스재즈클럽'(Green Mill’ ‘Andy's jazz club)등 오랜 역사를 지닌 재즈클럽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재즈클럽인 '재즈 쇼케이스'(Jazz showcase)를 찾았다.

'재즈 쇼케이스'는 1947년 '조 시걸(Joe Segal)의 '재즈쇼케이스쇼'(Jazz Showcase Show)에서 시작됐다. 조 시걸은 찰리파커, 소니 롤린스, 레스터 영 등 당시 최고의 뮤지션들과 함께 그들의 무대를 마련했다.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던 재즈쇼케이스는 70년대에 시카고 다운타운의 '러시스트리트'(Rush street)에 자리를 잡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60년 가까운 시간동안 수 천명의 재즈뮤지션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첫 공연을 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재즈명인들이 이곳에서 연주했고 여러 명라이브 음반을 남겼다. 특히 ‘디지 길레스피’(모던재즈의 시작을 알린 비밥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뮤지션)는 수 년동안 본인의 생일축하연주를 재즈쇼케이스에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놀라운 점은 조 시걸(1926년생)이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클럽의 운영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새해 첫 주말, 트럼페터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의 공연을 보기위해 클럽을 찾은 나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쳤다. 큰 키에, 캐주얼한 옷차림, 조금 굽은 포즈, 주름진 하얀 손으로 돋보기의 도움을 받아 일일이 예매번호를 확인하고 입장권을 나눠주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바로 조 시걸이라는 걸, 공연 시작 전 무대로 나가 담담하게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빌 에반스, 아트 파머, 아트 브래이키... 재즈의 역사를 쓴 인물들이 이렇게 그의 소개와 함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했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대 전면에 붙어있는 찰리파커의 얼굴, 벽면을 가득채운 오랜 공연포스터들 그리고 거기에 쓰여 있는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이름들... 여기가 ‘바로 그 곳’인 거다. 할아버지는 바로 ‘그 사람’. 마이크를 넘기고, 느린 걸음으로 테이블 사이를 지나가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내가 보고 있는 ‘오늘’같은 날들이 수 십 년 동안 반복 됐을 거다. 하지만 전설이 된 재즈명인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무대를 만들고 명연을 남기고...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을 그의 날들은 그냥 지나가버리지 않았다. 그 시간들은 그대로 역사가 됐고, 별일 아니라는 듯 당신의 일을 계속하고 있는 그의 하루하루는 지층처럼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그에게 ‘재즈마스터’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전미예술기금(NEA)이 매년 선정하는 'NEA 재즈마스터'에 이름을 올린 것. '비(非)뮤지션'으로서, 재즈클럽의 운영자로서 재즈마스터로 선정된 건 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2015 NEA 재즈마스터로 그와 함께 선정된 뮤지션은 칼라 블레이(피아노), 조지 콜만 (섹소폰),찰스 로이드(섹소폰)이다.)

그랜드 캐년을 보는 듯 클럽을 둘러보며 감격에 겨워하고 있을 때.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퀸텟의 공연이 시작됐다. 청바지에 파랑색 딱 붙는 니트, 빨강 뿔테 선글라스... 원색의 코디가 검은 얼굴과 잘 어울렸다. 한 손에 트럼펫을 든 로이 하그로브의 짧은 인사와 함께 연주가 시작되었다. 멀찌감치 앉아 있었지만,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대를 응시하며 몸으로 반응했다. 지금 이 순간의 진동, 공기의 느낌, 냄새..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빈틈없이 주고받는 연주자들, 그러다 터지는 시원시원한 트럼펫 소리에 속이 후련해지고,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만큼 놀라운 속도로 달리는 섹소폰 속주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집중했다.

그렇게 마치 혼자가 된 듯 푹 빠져 공연을 즐기다 문득 주변을 보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라이브 연주 만큼이나 인상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거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 울음이 터진 아이를 달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리듬에 맞춰 손을 흔드는 아기와 흐뭇한 미소를 주고받는 젊은 엄마 아빠. 그리고 곧은 자세로 무대만을 응시하고 있는 소년과 소년의 아빠로 보이는 중년남성의 뒷모습. 어두컴컴한 재즈클럽에서 이런 풍경이라니! 낯설다. 놀랍다. 그리고 조금 부럽다.

대부분의 재즈클럽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그날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적어도 8시 이후. 하지만 재즈쇼케이스에선 매주 일요일 오후4시에도 그날의 헤드라이너를 만날 수 있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고, 미성년자를 동반할 수 있는 시간이다.공연에 집중하도록 ‘노토킹룰(No-talking rule)’을 적용하고, 12세 미만은 입장이 무료다. 대중교통을 타고 움직여야하는 여행자에게 최고의 시간과 장소인 동시에, 주말에 3대가 함께할 수 있는 즐길 거리가 되어주고 사춘기가 되어 서먹서먹한 아들과 이야기를 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어릴 적 엄마 품에 안겨 리듬에 맞춰 손을 흔들던 기억으로 누군가는 뮤지션을 꿈꿀 것이다. 또 이들 중 누군가는 재즈팬으로 성장하여 음반을 사고 공연을 찾으며 어린 시절을 추억할 것이다. 다음세대 재즈 팬을 위한, 재즈의 미래를 위한 클럽 오너의 철학이 들어있는 경영방침이다.

재즈쇼케이스의 쇼는 밤이 아닌 낮에 진행된다. 그렇기에 온가족이 즐길 수 있다.

 

늘 방송에서 소개만 하던 ‘로이 하그로브’가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그의 라이브 연주를 직접 보고 싶어 찾아간 시카고 다운타운의 한 클럽. 나는 클럽 자체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음악을 즐기는 당신이 시카고에 들른다면 그리고 시카고 건축투어, 현대미술관, 시카고 피자와 함께 즐길 거리를 또 하나를 찾는다면 ‘Jazz Showcase’를 강력히 권한다. 그 언제보다 일요일 오후4시에.

*재즈마스터인 클럽 오너는 최고의 뮤지션을 섭외할 것이 분명하니, 덮어놓고 예매해도 실망하지 않을 거다. 재즈애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분위기다.
홈페이지 http://www.jazzshowcase.com/
평일공연은 오후 8시, 10시.
일요일은 오후 4시, 8시, 10시. (티켓 $20,VIP석$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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