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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눈에 비친 대기업 극장 "왜 한국·미국 영화만 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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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대학로점서 만난 독일인 루이자 씨 "한국인들 다양한 영화 못 봐"

독일에서 온 루이자(가운데) 씨가 12일 낮 서울 명륜동에 있는 CGV 대학로점에서 열린 '멀티플렉스 3사 관련 10대 불만사항 발표·시민참여 캠페인'에 함께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12일 낮 서울 명륜동에 있는 CGV 대학로점 앞에서 만난 독일인 루이자 말드퍼스트(25·여) 씨는 지난해 2월 한국에 와 생활하면서 작은 영화관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독일에도 큰 도시에는 멀티플렉스가 있지만, 작은 극장들도 많아서 주로 작은 곳을 이용했어요. 한국에서는 멀티플렉스 밖에 가보지 못했어요."

독일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것이 인연이 돼 한국에 온 루이자 씨는 영화를 몹시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극장을 찾아 영화를 많이 봤는데, 한국 친구들의 선호도에 따라 CGV, 메가박스에 많이 가 봤단다.

"멀티플렉스는 백화점과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가 다양하지 않아요. 같은 영화를 많이 틀어요. 한국영화 아니면 블록버스터만 있어요. 그게 끝이에요. 독일에 있을 때는 유럽 영화, 인디 영화도 많이 봤는데, 한국에 와서는 미국 영화나 한국 영화만 보게 돼요."

그는 한국 사람들이 다양한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멀티플렉스에서 여러 나라의 영화나 독립 영화를 볼 수가 없어서 그런 것 듯싶다는 나름의 진단도 내놨다.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건 생활하기 힘들 때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큰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블록버스터나 한국영화만 틀어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영화를 못 보는 거겠죠. 물론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이익을 많이 보려는 극장의 입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극장 매점에서 파는 팝콘 가격과 영화 티켓 값에도 놀랐단다.

"독일도 비싸지만 독일 사람들 월급이 더 많다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이 훨씬 비싸요. 영화 티켓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비싼데다, 할인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독일은 대학생, 군인도 할은을 받을 수 있거든요."

루이자 씨는 멀티플렉스에서 여러 영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 주고 보다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 시민들 "잘 될 것 같은 영화만 트는 것 눈에 다 보여"

참여연대·민변민생경제위원회·청년유니온 주최로 12일 오후 서울 명륜동 CGV대학로 앞에서 진행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 관련 WORST 10' 발표 및 시민참여 캠페인에서 시민들이 설문내용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멀티플렉스 3사의 '무단 광고 상영' '팝콘·음료·생수 등 폭리' '3D영화 가격 부담 및 안경 끼워팔기' '맨 앞좌석 동일한 관람료 징수' 등 최악의 불만사항 10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루이자 씨는 현재 한국 영화관과 독일 영화관의 현황을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두 나라의 티켓 가격, 할인 폭, 매점 음식값, 포인트 등을 비교 분석해 참여연대에 제공하기 위해서란다.

그가 이날 CGV 대학로점 앞에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청년유니온 주최로 열린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 관련 불만사항 발표·시민참여 캠페인'에 참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여연대 등이 지난달 28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캠페인을 통해 집계한 시민·누리꾼의 10대 불만사항은 다음과 같다.

△영화관의 무단 광고 상영 △팝콘·음료·생수 등 폭리 △영화관 시네마포인트를 주말에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 △보고 싶은 영화를 틀지 않는 것(멀티플렉스의 영화 상영 차별) △3D영화 가격 부담 및 안경 끼워팔기 △멀티플렉스 3사의 독과점과 담합(관람료·먹거리 가격 등) △주차장 유료화 및 과도한 요금 징수 △영화관 맨 앞좌석도 동일한 관람료 징수 △영화관 좌석 불편(좌석 간격·크기 등) △영화관 근무 알바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이날 캠페인 현장에서는 주최 측이 마이크로 취지를 설명하자, 길을 가던 시민들이 불만사항을 표시한 현황판에 스티커를 붙이러 모여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모(27·여)씨는 "극장에서 파는 팝콘은 너무 비싸서 안 먹는다. 밖에서 사서 들어가는 것이 된다는 걸 알기에 그렇게 하고 있다"며 "상영하는 영화들도 '핫이슈' 되는 영화만 하고 다른 영화는 빨리 닫거나 안 건다. 극장에 가면 그런 게 다 눈에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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