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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승기념식에 美 보이콧…한국 외교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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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오는 5월 러시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에 사실상 반대하면서 우리 외교가 또 다른 선택의 고민을 떠안게 됐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모스크바 전승 기념식 참석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로즈 부보좌관은 "참석 여부는 개별 국가가 결정한다"면서도 "동맹 차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세계가 주권과 영토의 단일성이라는 국제적 원칙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일치단결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미국이 이처럼 확고한 강경 입장을 보이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은 딜레마적 상황에 빠졌다.

미국 주도 서방진영의 불참으로 '반쪽 올림픽'이 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의 재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냉전이 극에 달했던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에너지와 경제 측면에서 러시아와 밀접한 유럽국가들이 무작정 보이콧에 합류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의 맹주로 부상하고 있는 독일은 최근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무기를 제공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러시아를 자극하는 것을 가능한 피하기 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딜레마적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미국 쪽 구심력이 훨씬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미래적 관점에선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크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한반도 주변 4강인데다 박 대통령이 대표 브랜드로 밀고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나 나진-핫산 물류프로젝트 등도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러시아는 특히 푸틴의 재집권 이후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에 맞서려는 듯 동방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과 소원해진 북한을 끌어들이는 한편 시베리아의 풍부한 자원을 발판으로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통일을 위한 전략적 관점뿐만 아니라, 에너지 협력 및 중국시장을 보완할 무역 파트너 측면에서도 중요한 상대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국익적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과 함께 결정을 내릴 시간 여유는 꽤 남아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의 참석에 대한 핵심 변수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서방국들의 동향과 함께 일본의 독자외교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일본총리는 당초 방러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마침 러시아 승전 기념일과 가까운 5월초에 미국을 방문하기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아베 총리가 러시아 행사에 참석한다면 우리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 의사를 밝힌데 이어 일본 변수까지 계산해야 하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중국간 대립에 이어 미국-러시아간 '신(新) 냉전' 틈바구니에서 한국 외교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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