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리 마을회관 정세영
“소리 없는 살인마가 덮쳐서 마을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이 맥이 없이 쓰러졌어요.”
강정리 마을회관에서 만나 권오복씨는 큰 한숨만 내쉬었다. 시름시름 앓는 어르신들이 2명에서 3명, 4명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칠갑산 자락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의 작은 마을.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석면광산에 10년 전에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장이 들어서면서 일어난 일이다.
석면광산 바로 옆에 사는 한상필(78) 할아버지는 “석면광산을 파고 거기에 폐기물을 매립하고, 폐기물을 트럭으로 나르면서 동네를 다니다보니 동네 곳곳에서 석면을 마시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심한 사람은 피를 세숫대야에 토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할아버지도 숨쉬기조차 힘들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3년 전부터 홍성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마을 주민 이모(당시 81세)씨가 2010년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하는 등 1급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 마을 주민이 벌써 5명이다.
비봉석면광산 정세영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서울대보건대학원의 조사결과 광산 반경 2.3km 이내 마을 도로 4곳과 마당 2곳, 복토더미 등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마을 곳곳에 석면이 널려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인 것이다.
병들어가는 마을을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소리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
노형식(73) 할아버지는 “건축물 폐기장을 폐쇄조치하고 광산 자리에서 광해복구사업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도움을 주는 곳이 없다”고 힘없는 말을 꺼냈다. 그나마 할아버지들이 폐기물 처리장 옆 산꼭대기에 천막을 세워놓고 분진이 나오나 감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힘들다고 했다.
노 할아버지는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차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주민들은 “청양군은 10년간이나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지도 않고 쉬쉬해왔다”며 “그런 청양군이 지난해에는 군청 건물 석고보도를 교체하는 등 자신들의 건강만 챙기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할아버지들의 상복시위에 청양군은 건축물 폐기물 처리업체 측이 광산에 다시 매립장을 하겠다고 사업 허가를 낸 것을 반려한 것이 그나마 한 일이라고 했다. 충남도는 현재 대책을 찾는다지만 내놓을만한 것이 없는 상태다.
이 마을 권오복 대책위원장은 “이 마을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40-50년을 살았던 분들이라 70세를 넘어가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분들이 많다”며 “어르신들의 절규를 제발 들어달라”고 울먹였다.
힘을 잃고 병들어가는 마을을 위해 행정당국이든 누구든 선뜻 나서주기를 강정리 마을주민들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