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 (자료사진)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권리당원을 상대로 한 ARS투표가 3일부터 실시되며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문재인·박지원 후보의 양강 구도 속에 각 캠프는 사뭇 상반된 판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박지원 후보는 초반부터 '양강'으로 분류됐다.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이자 국민적 지지도를 자랑하는 문 후보가 앞서가는데 호남과 중도의 상징인 박 후보만이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을 깰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이런 양강 구도는 지난달 7일 예비경선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큰틀에서 유지되고 있다. 당권-대권 분리론 등을 앞세운 박 후보 측의 저돌적인 공세로 1, 2위의 격차가 최근에는 더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후보 측은 막판으로 갈수록 경선이 초박빙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여론조사 환산방법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친노가 경선 룰을 바꿨다'고 주장하며 75%가 반영되는 당심(黨心)을 자극하고 있다.
박 후보는 3일 "결승점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특정 선수의 요구로 경기 룰이 바뀐 것은 승패를 떠나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지원의 승리가 우리 당의 변화이고 기억이라고 믿는다. 반드시 승리해서 당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문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준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는 동시에 '친노 패권주의'의 기억을 환기시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전당대회가 다소 혼탁해지더라도 문 후보에 비해 손해볼 것이 별로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친노 쪽에서 문자 메시지를 돌리고 경선 룰을 바꾸고 나서면서 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민심에서는 열세지만 당심에서 차이를 벌리면 1위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문 후보 측도 차이가 줄어든 점은 인정했다. 다만 '대세론'은 전혀 꺾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최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누르고 1위에 오른 점을 강조하며 '대세론'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당 대의원과 당원 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저는 당내 싸움은 일체 하지 않겠다. 당내에서 싸우지 않고 현 정권에 맞서 국민을 지켜내겠다"며 "사즉생 각오로 총선승리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유력 대선후보로서 소모적인 논쟁에 더이상 휘말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문 후보 측은 나아가 박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지친 부동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당 대표 후보 (사진=윤창원 기자)
문 후보 측 관계자는 "당원은 비슷하지만 대의원에서도 우리가 상당히 앞서고 여론조사는 당연히 압도적 차이를 보인다"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여유있는 승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영 후보는 차별화된 정책·민생 행보로 표밭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 양강이 정면충돌한 '저질 토론'에서 "저는 이 자리에서 나가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이 후보는 이날 한반도 평화 공생을 위한 제안과 비정규직 줄이기 및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잇따라 제시했다.
이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전체적인 판에서 선두를 달리되, 변화에 민감한 호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 후보가 박 후보를 제쳤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권리당원과 대의원 등 당내 선거에서는 우리가 박 후보를 넘어설 정도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전당대회 과정이 역설적으로 당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인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경선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여론조사 25%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권리당원 ARS투표는 3일부터 6일까지, 일반 당원·국민 여론조사는 5일과 6일 양일 동안 각각 실시되며 대의원들은 오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석해 현장투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