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일본산 생선은 안 받으려고 해요. 손님들도 안전 문제가 있으니까 꺼리시고."(서울 효자동 A식당)
"민감한 손님들은 아직도 한국산 대구만 찾고, 일본산 생태는 거의 찾지 않아요."(서울 인사동 B식당)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꼽히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약 4년이 다 되어가지만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여전한 상태. 하지만 명태와 가자미 등 그동안 수입이 금지됐던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수산물은 곧 수입이 재개될 전망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뢰로 후쿠시마 지역을 찾은 민간조사단이 이 지역 수산물에 대해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방사능안전관리 민간전문가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재기 교수(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에서 들여온 수산물 표본을 분석한 결과 세슘의 방사선 수치는 1~10bq/kg 수준"이라며 "이는 통상 기준치인 100bq/kg보다 월등히 낮은 안전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간조사단은 지난해 12월 1차 조사에 이어 후쿠시마 인근 지역인 이와테, 아오모리, 홋카이도 등에서 4일간의 2차 현지 조사를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조사단은 이 지역의 명태와 찰가자미, 문어 등을 검사표본으로 들여와 방사능 수치 등을 분석한 뒤 지난 28일 식약처 관계자들과 함께 귀국 후 첫 회의를 가졌다.
이 위원장은 조사 결과와 관련해 "일본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닌데 한국 사람들이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스트론튬 등 기타 핵종을 분석하려면 일러도 2월 말쯤 분석이 마무리될 것"이라면서도 "이번 조사는 사실상 일본이 제시한 분석결과와 일치하는지 확인해보는 것뿐이며 당연히 일본 측 결과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자 2013년 9월 후쿠시마 등 8개현에 대한 수산품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고, 그 외 지역의 식품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반송해왔다.
이 위원장이 언급한 '통상 방사능 기준치 100bq/kg'은 일본 외 국가의 식품에 대한 수입허용 기준이다.
그러나 사나흘씩 두 차례, 일본 정부의 안내를 받으며 진행한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몇 달 이상 현지에 체류하며 일본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조사활동을 벌이거나 일본 원자력 규제위원회(NRA)의 조사활동을 감시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역시 정부가 일본과의 통상 마찰을 피하려고 수입재개 명분만 쌓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운영위원장은 "처음부터 수입재개 명분을 얻기 위한 '면죄부용 조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국민의 건강권이 달린 문제를 일본 정부, 도쿄 전력이 제공하는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여 외교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굴욕적 외교"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의 규제 강화로 대(對)한국 수산물 수출량이 급감하자 한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에는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후쿠시마 주변 지역 수산물 금지조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급히 취소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김 운영위원장은 "일본 식품에서 방사능 물질이 1bq/kg만 나와도 반송하는 것이 현재의 기준인데 10bq/kg 수준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몸에 축적되는 방사능 물질의 위험한 특성상 단 1bq/kg만 검출돼도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