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10여곳, 조조심야시간에 배치
-'님아, 그 강을..' 성공? 대기업 배급사 효과
-열악한 영화제작 환경, 영화와 같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엄용훈 (前 리틀빅 픽쳐스 대표)
극장 체인을 가진 대기업 CJ E&M이 투자배급한 영화 '국제시장'. 이 영화는 지금 누적 관객수 1000만명을 넘으면서 축포를 쏘아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켠에서는 중소 배급사의 대표가 영화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일이 있었습니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엄용훈 대표 얘기입니다. 이 영화를 본 분들은 하나같이 좋은 영화라고 입을 모으지만, 정작 이 영화는 지금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죠. 좋은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고 대표까지 사임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또 하나의 갑-을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제작한 리틀빅 픽쳐스 엄용훈 전 대표를 만나보겠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엄용훈> 안녕하십니까? 엄용훈입니다.
◇ 박재홍> 청취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어떤 영화였나요?
◆ 엄용훈> 우리가 줄여서 '개훔방'이라고 부르는데요. 사업실패로 아빠가 집을 나가고 남은 가족들이 자동차에서 살아가는데요. 이런 가운데 생일파티를 위해 집을 구하고자 개를 훔치려는 10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이 펼쳐지는 휴먼코미디입니다.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등의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과 또 영화 '소원' 이레 양을 비롯한 어린이 3인방이 출연한 영화입니다.
◇ 박재홍> 지금 영화가 멀테플렉스에서 내려진 상태인데.. 지금 몇 개 관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건가요?
◆ 엄용훈> 현재는 전국에서 10여 곳 정도가 남았고요. 대기업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거의 내려진 상태이고, 각 개별극장과 지방극장들에서는 장기상영을 하겠다라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 박재홍> 보고 싶다고 해도 볼 수가 없는 상황을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 엄용훈> 처음부터 조조 시간대나 심야시간대로 많이 배정이 됐었고, 장르적 특성상 가족영화라 아예 예매에서부터 볼 수 없는 시간대가 많이 있었습니다. 예매율도 처음부터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있죠.
◇ 박재홍> 그러면 상영시간대는 극장에서 일방적으로 배정하면 그걸 받아들여야 되는 건가요?
◆ 엄용훈>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 상태에서는 그쪽에서 배정하는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습니다.
◇ 박재홍> 아무리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영화를 배급하는 입장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서로 합의하에서 "가족영화니까 좀 낮시간대 혹은 함께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배정하는 게 당신들한테도 이롭지 않느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엄용훈> (극장 측에서) 그 요구사항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는 할 텐데, 종영을 앞두고 있으면서까지도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안타까운 상황이 있었습니다.
◇ 박재홍> 멀티플렉스 극장측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 높은 영화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경우는 예매율이 낮았고 관객들의 반응이 초반에 그렇게 뜨겁지 않았었다'.. 이런 얘기는 안하던가요?
◆ 엄용훈> 제가 관객에 의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할 정도로 치졸하게 산 건 아니고요. 평단이나 관객에게 꽤 높은 호평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공정하지 못한 룰을 적용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최근에 또 중소규모 영화. 이를 테면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영화 경우는 470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영화는 또 상영관이 확대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 엄용훈> 영화가 훌륭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마는 배급사가 또 누구냐, 어디냐에 따라서 그 차이는 크게 발생을 할 수가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경우도 배급사의 혜택을 봤다, 이런 말씀이세요?
◆ 엄용훈> 아무래도 그 작품 경우는 CGV극장 자체에서 배급을 한 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에 비해 어느 정도의 강점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합니다.
◇ 박재홍> 그래요.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좀 섭섭해하지 않으시던가요? 김혜자 씨나 최민수 씨의 경우에는 영화 흥행에 대한 기대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뭐라고 말씀을 하세요?
◆ 엄용훈>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까워하셨고요. 또 영화 자체가 또 관객분들한테 인정받지 못해서 흥행이 안 된 거라면 그냥 인정을 하시겠지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것 때문이라서 더 많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요. 그동안 대기업 배급사와 중소배급사의 영화배급에 있어서 차별이 있었고, 대기업 계열사 극장의 이른바 짬짜미 논란도 많이 있었지 않겠습니까?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도 같은 맥락으로 피해를 봤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 엄용훈> 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이런 문제들이 수직계열화라고 하는 전세계 유일의 괴물같은 구조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기획, 제작, 투자, 배급, 상영. 부가판권까지 영화 산업의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라는 구조 속에 그 하나의 대기업이 영위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요즘 종종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런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은 대개 이런 수직계열화된 구조 때문에 나오는거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건가요?
◆ 엄용훈>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철폐를 위한 끝장토론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때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감독분도 이런 수직계열화된 문제를 토론했었죠. 그래서 이에 대해서 대통령님도 공감하셨고, 당시 공정거래위원장께서는 시장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일을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밝혀서 지난달에는 그에 따른 제재 조치도 있었고요. 이렇듯 대통령님과 공정위에서 나섰지만 많이 둔감해진 건지, 아니면 들으려하지 않는 건지. 아무튼 좀 불감증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불통의 산업의 구조로 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우려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 박재홍> 지난 2006년에도 김기덕 감독 같은 경우에는 영화계의 짬짜미 문제를 지적하면서 '앞으로는 자신 영화를 국내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폭탄 선언을 했었는데 그러면 대표님도 앞으로 영화 제작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요?
◆ 엄용훈> 늘 어려움은 있었기 때문에 지금 겪은 것 이상으로 더 불리해질 수 있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게 제작에서부터 개봉까지 전 과정이 사실은 영화 같은 일입니다. 잘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잘 이겨내서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까지 밝혀주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엄용훈>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배급했던 리틀빅 픽쳐스의 엄용훈 전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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