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알랭 패랭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지난 2004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이후 11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출전해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도약했다.(자료사진=2015 호주 아시안컵 공식 페이스북)
중국 축구가 달라졌다. 잠자던 거인'이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2015 호주 아시안컵의 최대 발견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96위의 중국은 호주 아시안컵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세계랭킹에서 같은 조의 우즈베키스탄(71위)에 밀리는 데다 아시안컵 출전도 2004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이후 무려 11년 만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대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은 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예선 1차전을 1-0으로 승리한 데 이어 우즈베키스탄마저 2-1로 꺾고 일찌감치 B조 1위를 확정, 8강에 진출했다. 비단 경기 결과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프랑스 출신 알랭 패랭 감독의 유연한 전술적 대응이 ‘내용’과 ‘결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감독 교체, 중국 축구 발전의 촉매
지난 16일 일본과 이라크의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예선 D조 2차전이 열린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만난 중국 기자는 최근 달라진 자국 축구의 발전에 대해 패랭 감독의 선임이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거대 포털사이트 ‘큐큐닷컴(qq.com)’을 운영하는 중국 인터넷서비스 업체 ‘텐센트’의 가스미 잉 기자는 “알랭 패랭 감독의 부임 이후 중국 축구가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는 고 말했다. 비단 이는 자신의 개인 생각이 아니라 중국 축구 기자들이 전반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보라 밀루티노비치(유고슬라비아)와 아리에 한(네덜란드),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세르비아),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스페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유럽 출신 감독에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이들 모두 중국 대표팀과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이들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던 자국 감독들이 굵직한 성과를 내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가스미 잉 기자 역시 “카마초 감독의 경우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했기 때문에 큰 기대와 함께 중국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뛰어난 스페인 축구와 중국 축구의 접목을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정작 카마초 감독은 중국 대표팀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쫓겨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축구가 스페인 축구에 비해 낮은 수준일 수 있다. 패랭 감독 역시 카마초 감독보다 명성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패랭 감독은 카마초 감독과 달리 중국 축구를 빠르게, 그리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패랭 감독이 부임한 뒤 중국 축구가 분명하게 성장하고 있어 이번 아시안컵에 거는 기대도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덕에 FIFA는 중국을 이번 대회 최대의 다크호스로 꼽았다.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세계 최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잠재력이 드디어 폭발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했을 정도다.
◈중국 축구, 그래도 '공한증'은 유효하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8강 상대로 한국과 호주 중 누구를 원하고 있을까.
가스미 잉 기자는 “개최국 호주보다는 분명 한국이 더 나은 상대”라고 예상했다. 잉 기자는 “한국의 전력이 호주보다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호주가 대회 개최국이기 때문에 분명 보이지 않는 유리함이 있다”고 8강의 상대로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를 덧붙였다.
하지만 잉 기자는 중국 축구의 ‘공한증’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비록 중국이 지난 201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0-3으로 승리해 27경기 무승에서 탈출했지만 통산 전적에서는 1승12무16패로 압도적인 열세를 기록 중인 만큼 단순히 한 경기 승리한 것으로는 ‘공한증’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