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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더 이상 캔버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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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브리즈번에서 호주와 조별예선 3차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승리를 하고도 고민이 컸던 캔버라에서의 조별예선 2경기를 마치고 개최국 호주와 마지막 승부를 위해 브리즈번으로 이동한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슈틸리케호’.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의 부진 이후 선임된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나서는 첫 번째 주요 대회다.

개최국 호주는 껄끄럽지만 중동팀 중에 비교적 약체로 평가되는 오만, 쿠웨이트와 A조에 배정되며 어느 정도 쉬운 8강 진출이 예상됐다. 그리고 실제로 오만, 쿠웨이트를 상대한 조별예선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2승의 과정이 신통치 않았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중동팀들과 경기해 상대를 압도하는 경향을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은 이번 대회에도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이청용(볼턴)과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등 주축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 특히 이청용의 경우 오만전에서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로 오른쪽 정강이에 미세골절을 당해 잔여 경기 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14일 귀국길에 올랐다.

이 때문에 오만전과 쿠웨이트전은 완전히 다른 구성의 선수들로 경기했다. 비록 2승으로 8강에 진출했지만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의 마음이 가벼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조차 “더는 우리가 우승후보는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대표팀의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분명한 메시지다.

대표팀은 캔버라에서의 기쁘지만 또 슬펐던 9일을 뒤로 하고 14일 개최국 호주와 조별예선 3차전이 열리는 브리즈번으로 이동한다. 호주 역시 8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라 맞대결의 결과에 따라 A조 1, 2위가 가려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슈틸리케호’가 승리와 함께 상당한 아쉬움을 남겼던 캔버라를 다시 찾을 일이 없다는 점이다. 캔버라에서 장기간 머물며 조별예선 2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브리즈번으로 이동해 호주전을 치른 뒤 결과에 따라 A조 1위일 경우 멜버른으로 이동해 B조 2위와 8강전을 치른다. A조 2위로 8강에 갈 경우는 브리즈번에 잔류해 B조 1위를 상대한다. 8강부터는 시드니와 뉴캐슬, 멜버른, 브리즈번에서만 경기가 열린다.

선수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이동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브리즈번 잔류도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비교적 수월하게 55년 만의 우승 도전을 위해 조 1위로 8강에 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캔버라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브리즈번에서 새출발한다는 각오로 경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선수들이 대회 초반 변덕스러운 캔버라의 날씨 때문에 줄줄이 쓰러져 나간 것도 생각을 달리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토너먼트가 한창 진행되는 중반 이후에 같은 상황에 벌어졌다면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은 사실상 얻기 어려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또 브리즈번에서는 승리에 대한 부담감도 어느 정도 내려놓고 경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캔버라에서 경기할 때보다는 정신적 부담이 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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