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사장 안광한)가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MBC 보도정보시스템을 열람했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노조는 '노조 탄압을 위한 표적 징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MBC는 13일 ‘아이디 도용과 불법적인 보도정보열람’은 취업규칙 위반행위라며 인사위원회를 통해 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간사이기도 한 장 모 기자에게 정직 3개월을 내렸다.
MBC는 보도정보시스템에 접속 권한이 없는 장 기자가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불법 접속, 일부 내용을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해 7월 세월호 참사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 당시 MBC의 보도(안행부 국장 기념사진 촬영 논란, 목표 해경 간부 발언,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관련 유가족 측 기자회견 등)를 문제 삼았다.
당시 MBC는 보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취재기자들이 발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최 의원이 제시한 MBC 보도정보시스템 캡처 화면에는 기자들의 발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관보고 이후 MBC는 보도정보시스템 유출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사쪽은 이번 징계와 관련해 “보도정보시스템의 접속 권한이 없는 장 기자가 보도국 다른 사원의 아이디를 도용해 거의 매일 보도정보시스템을 열람했다”며 “보도의 독립성, 편집편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 MBC본부 "엉터리 징계, 조합 활동 옥죄려는 것"MBC본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성명을 내고 "생사람 잡는 엉터리 징계이며 정당한 조합 활동을 옥죄려는 심각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민실위 간사가 이 유출에 어떻게 연관돼 있다는 것인지 사측은 설명하지 않았다. 민실위 간사가 사내 정보를 유출했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라며 "‘민실위 간사가 기자 출신이고 정치인들과 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 어처구니없는 추정의 이유"라고 했다.
특히 "MBC 뉴스의 마지막 감시자 역할을 하던 민실위 간사를 근거 없이 징계한 것은 노동조합의 입을 틀어막고 MBC 뉴스의 치부와 민낯을 드러내는 민실위 활동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심각한 탄압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사측에게 “향후 재심 과정에서 이 엉터리 징계를 즉각 철회하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조합은 이 일을 책임져야할 대상에게 반드시 형사적 책임을 물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MBC본부가 발표한 성명 전문.
<노동조합 탄압을="" 위한="" 징계,="" 즉각="" 철회하라="">노동조합>공영방송사의 엄연한 의무인 ‘공정방송’을 외면하던 사측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사측은 오늘 (13일)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 (이하 민실위) 간사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사람 잡는 엉터리 징계이며 정당한 조합 활동을 옥죄려는 심각한 부당노동행위이다.
이번 징계는 지난 여름 진행된 “사내 정보 유출 특별감사”에 따른 것이라고 사측은 밝혔다. 그러나 민실위 간사가 이 유출에 어떻게 연관돼 있다는 것인지 사측은 설명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감사의 제목이 의미하는 본체는 놔두고, 특정시기 기자들의 뉴스시스템 접속기록만 뒤졌다. 그렇게 해서 회사는 민실위 간사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했고, 부부사이인 두 기자가 일시적으로 보도국 아이디를 공유한 일에 대해서도 정직 1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징계의 근거가 된 감사 보고서는 조합 민실위 간사가 사내 정보를 유출했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추정’만 가지고 징계의 칼날을 휘두른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그 ‘추정’의 이유 또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민실위 간사가 기자 출신이고 정치인들과 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 어처구니없는 추정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허술한 ‘추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근거없는 ‘추정’이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의 핵심적인 사유가 된 것이다. 대명천지에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일단 잡아넣고 죄인을 만들던 독재시절과 무엇이 다른가. 절차와 결과 모두 인정할 수 없는 징계이다.
징계 대상이 민실위 간사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민실위는 노동조합보다도 오랜 역사를 가진 MBC 공정방송의 보루이다. 1987년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우리 선배 기자, PD들의 처절한 자기 반성의 결과로 탄생한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MBC의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 감시견 역할을 해왔던 기구이다. 민실위의 정신이 곧 노동조합의 정신이며, 조합 활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민실위 활동이다.
그러나, 함량미달의 경영진이 MBC를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조합과 민실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돼 왔다. 사측은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 견제를 ‘노영’이라는 엉뚱한 프레임으로 몰아가면서, 공정방송을 위한 각종 규정과 기구들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급기야 무너지는 MBC 뉴스의 마지막 감시자 역할을 하던 민실위 간사를 근거 없이 징계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조합의 입을 틀어막고 MBC 뉴스의 치부와 민낯을 드러내는 민실위 활동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심각한 탄압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유출’에 대한 사측의 과민 반응 또한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분명히 하자. 당시 드러난 것은 회사의 기밀이 아니라, 잇따른 보도 누락의 책임을 현장 기자들에게 덮어씌우려던 보도국 수뇌부의 새빨간 거짓말이었을 뿐이다. 그런 거짓말을 은폐하는 것이 사측이 말하는 기밀이고 정보 보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