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 최초 화재신고를 받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6분여. 그럼에도 128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참사로 이어진 이유는 왜일까.
유일한 진입로를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점령하면서 이들 차량들을 일일이 견인하고 나서야 겨우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차장 설치 기준이 완화된 도시형 생활주택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경기도 안양역 인근 한 상업지구내 도시형 생활주택 밀집 지역은 좁은 골목길에 줄줄이 세워져 있는 불법 주차 차량들로 소방진입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조용호 기자)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서민 주거 해결을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하면서 현재까지 전국에 허가된 도시형 생활주택만도 35만여 채. 이들 도시형 생활주택들은 '시한폭탄'처럼 우리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12일 오후 도시형 생활주택이 밀집한 경기도 안양역 인근의 한 상업지구.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도시형 생활주택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골목길은 낮 시간임에도 불법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마주오는 차량을 피하려면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옆으로 비켜서야 할 정도다. 화재가 나도 소방차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주민 한성자(55) 씨는 "원룸식 빌라 같은 건물이 많이 생기면서 이곳 주변은 매일 주차 전쟁을 치른다"며 "만약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해 어떻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전월세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권장했다. 각종 건축 규제도 함께 풀어줬다.
특히 주차장의 경우 한 가구당 1대 이상의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도시형 생활주택은 0.5대의 공간만 되도 건축허가를 내줬다.
게다가 300가구 미만 공동주택은 진입도로를 폭 6m 이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은 연면적 660㎡인 경우 4m 이상이면 가능토록 했다.
결국 거주자 차량의 절반 이상이 4m도 안되는 좁은 도로에 주차돼 소방차의 진입을 막게 되는 형국을 피할 수 없게 만든 셈이다.
소방당국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현실적으로 소방도로 확보에 어려운 점이 많다는 점을 알면서도, 건축법상 법에 저촉되지 않아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들은 좁은 골목길에 밀집돼 있는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시 소방차 진입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어쩔 수 없이 소형펌프차를 이용하는데 대형화재가 발생하면 진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소음, 주차장 등 건축 규제가 덜할 뿐만 아니라 화재 등 사고에 취약하다는 점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세명대 소방방재과 최진종 석좌교수는 "정부당국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도시형 생활주택 등 상업지역에 지어져 건축규제가 완화된 건물에 대한 안전점검 등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소방진입로 확보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규제를 강화하고, 진입로상의 불법주차 등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