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LG디스플레이의 파주 공장에서 질소 가스가 누출돼 사망 2명, 중상 1명, 경상 3명 등 모두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와 중상자는 모두 협력업체 직원들이었다.
'대기업' 작업장 내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쓰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6일에는 울산시 울주구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 밸브품에서 질소 가스가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질식사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근무 중이던 50대 협력업체 직원이 숨졌고, 6월에는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한 명이 기계장치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3년 5월 전로제강공장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5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등 현대제철에서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는 대기업·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협력업체 직원들인 이유는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 등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대형 제조업체는 일상적으로 외주 하청 노동자를 사용한다. 공장 신·증설이나 정비·보수는 물론 배관과 용접, 도장 등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은 거의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전담한다.
이러다보니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도 이들이다.
지난해 국감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수원 종사자 5천192명의 1인당 피폭량은 0.13mSv(밀리시버트)에 불과한 반면 한수원 출입 외주·하청업체 방사선 종사자 9천594명의 피폭량은 5배가량 높은 1인당 약 0.64mSv에 달했다.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일단 협력업체 등에 업무를 맡긴 뒤에는 안전관리에 소홀한 점도 사고를 불러오는 원인 중 하나다.
대기업들의 소위 '단가 후려치기' 하에서 협력업체가 안전관리 매뉴얼 등을 제대로 지키면서도 이익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사업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의 산재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6월 당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원청업체의 관리, 지원이 상당히 느슨하다"면서 "산재 발생 시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의 이날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역시 '보여주기식' 안전관리 시스템이 실제 작업 과정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일 공산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30일 자정 경기 파주 사업장에서 불시 비상훈련을 하는 등 지난해에만 100차례 넘게 가스 누출 등에 대비한 사전 점검을 실시했다.
당시 점검에서 LG디스플레이는 사고 발생 3분 만에 최고경영진까지 사고 전파가 이뤄지고, 15분 만에 인명 구조와 누출 사고 수습이 완료됐다고 자평했지만 실제 사고가 벌어지자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좋은 매뉴얼과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협력업체에서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소홀히 하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