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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카시즘' 광풍에 가족들까지 싸잡아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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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인정않고 없애야만 해결된다는 식의 사고가 원인"

'종북 콘서트' 논란을 빚고 있는 재미동포 신은미(54·여)씨가 지난 7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1)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기소된 구 통합진보당 소속 한모씨의 아내는 지난주 또 한번 씁쓸한 경험을 했다. 동네 주민 모임에서 '왕따'를 당했기 때문이다.

마을 인근 화장장 설치 계획에 대한 주민 모임에 초대받아 갔더니, 다른 주민은 "통진당 일도 있는데 괜찮겠느냐"고 에둘러 거부감을 나타낸 것. 한씨 아내가 "제가 같이 하면 모임에 피해가 갈까봐 그러느냐"고 되물으니, 초대했던 주민마저 "그럴 수도 있겠다"며 난색을 표했다.

"저뿐만 아니라 다들 비슷한 일을 겪고 있어요. 이런 경험이 한 두 번도 아닌데요. 뭐…."

이제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피하려 한다는 한씨 아내의 말이다.

#2) 경상도 지역의 구 통진당 소속 노모씨는 아직도 지역 친목 모임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지난 2006년부터 지역의 형·동생들과 자녀들의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을 해왔는데, 한달 전 모임은 아예 깨지고 말았다.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직후다.

"단지 제가 통진당 소속이었다는 이유만으로, 10년 가까이 모임을 같이 하던 사람들마저 참석을 꺼려하는 거예요. 정부가 불온시하는 당이니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자기 검열'을 하더라고요. 형님 동생하며 친하게 지낸 사람들마저도 저를 이상하게 보니, 종북 광풍이 무섭기는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진당이라는 이유만으로"…사회적 배척 당하는 사례 늘어

'종북 몰이'의 광풍이 정치권이 아닌 사회로까지 스며드는 분위기다.

구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이어 이번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이르기까지 구 통진당에 대한 법적 처벌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사회는 통진당 소속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과 그들의 가족·지인에게까지 '빨갱이' 딱지를 붙이고 있다.

'붉은 낙인'을 찍고는 공동체에서 이들을 배척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판 매카시즘, 이른바 '북(北)카시즘'의 시대라 할 만하다.

전라도 지역의 구 통진당 소속 배모씨는 "경로당에 가선 어르신들이 '통진당이다. 종북정당, 빨갱이 저리가라'고 고함을 쳐서 모욕을 당했고, 학교 앞 아이들은 '종북'의 뜻도 모른 채 '종북 정당, 북으로 가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고 토로했다.

'대다수 일반 구 통진당 당원들의 정치적 뜻이 왜곡되고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할 수 있다'며 통진당 해산 심판에 유일하게 반대한 김이수 재판관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는 셈이다.

 

◈'북카시즘' 시대의 전주곡…구속자들 가족까지 '연좌제' 심각

특히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의 가족은 연좌제의 고통까지 호소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남았지만,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이들 가족의 삶은 이미 짓밟혀졌다.

현재는 구속돼 재판중인 이모씨 가족들은 내란음모 논란에 처음 불이 붙었던 2013년 9월을 잊지 못한다.

이씨 가족들이 살던 주택 앞에 주차된 차량 유리창에 유성 페인트로 '간첩'이라는 낙서가 칠해진 것.

이씨의 아내 윤모 씨는 "다른 차들도 세워져 있었는데 우리 차에만 그런 말이 쓰여 있다는 것은 이웃의 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곳에서 십수년간 살았는데 참담하고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 무렵 다른 구속자의 아내는 사실상의 진료 거부까지 당했다. 치료를 받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병원 관계자에게 진료를 요청하자 "꼭 여기서 치료를 받아야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남편이 통진당 소속이라 그러느냐'고 물으니 그 관계자는 "그런 것도 있고…"라며 진료 거부의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한 보수단체의 '반국가 종북세력 척결 국민대회' 집회모습.

 



◈"없애야만 해결된다는 종북 혐오증" 지적

마을 공동체의 '소외'를 넘어 의료서비스와 같은 '기본권'마저 박탈당하는 상황에 대해, 사회 병리적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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