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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영화톡]기자들이 본 '국제시장'…"靑의 강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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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영화 '국제시장' 흥행과 논란

영화 '국제시장'이 누적관객수 700만 명을 가볍게 돌파하며 1000만 관객을 향해 순항 중이다. 윤제균 감독은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념 논쟁' 등 각종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컷 영화톡'에서 국제시장의 인기 배경과 논란의 이면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관객들의 감성 자극…눈물 나는 영화"

이진욱(30대) - 이 영화의 언론시사회 때 재밌었던 점은 주최 측에서 기념품으로 휴지를 나눠 줬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비유와 은유로 다가왔다. 주연 배우 황정민도 인터뷰 당시 "받은 휴지를 다 써서 옆 사람 휴지를 빌렸다"고 말하더라.

제작사와 배급사 쪽에서는 국제시장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개봉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변이철(40대) - 영화를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눈물이 났다. 특히 덕수(황정민)가 헤어진 막순이를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서 많이 울었다.

한국전쟁부터 이산가족 상봉까지의 애잔한 현대사를 담아 관객들의 큰 공감을 얻은 것 같다. 객석에는 젊은 세대도 많았고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관람하는 경우도 많아 인상적이었다.

김현식(20대)- 나는 혼자 영화를 봤다. 홍대 근처에 있는 영화관이어서 그런지 역시 젊은 관객들이 많았고 중고생부터 나이 많은 관객들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특히 여자 관객들이 많이 울더라.

하지만 내 경우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주인공 덕수가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겪다보니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흥남철수와 파독 광부,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상봉 등 일생일대 한 번 겪을까 말까 할 일을 전부 다 겪다보니 몰입이 잘 안 됐다.

 

◈ "배우들의 명연기와 CG로 만든 영상미도 흥행에 한 몫"

변이철 - 그래도 벌써 7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1000만 돌파도 시간 문제다.

이진욱 - 냉정하게 봤을 때 국내 최대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고 그룹 계열사인 CJ CGV에서 상영을 한다는 수직계열화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공정위 측에서 멀티플렉스에 제재를 가해서인지 '명량' 때만큼은 심하지 않아 보인다.

소위 정치적 이념 논쟁도 열기가 달아오르는 데 큰 몫을 했다. 어떤 쟁점이 있더라도 500만 관객을 넘기려면 기본적으로 영화적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만큼 국제시장을 두고 '재밌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변이철 - 국제시장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와 웃음 코드가 적절히 배합돼 일단 재밌게 볼 수 있었다. 70대 중반이신 어머니가 최근 방송에서 국제시장 이야기를 접하시고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조금 놀랐다.

영화 흥행에는 CG기술의 힘도 있었던 것 같다. 흥남철수와 국제시장, 여의도 광장 등을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생동감 있게 재현해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오달수의 감초 연기도 좋았다. 만약에 그가 없었다면 국제시장이 이렇게까지 흥행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현식 -그동안 이런 소재의 영화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다가온다. 국제시장은 소재만으로 흥미를 끌었다. 이전까지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한 데 뭉쳐서 다 보여주는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황정민과 오달수, 김윤진 등 연기파 배우들의 매력도 관객들을 끌어 모은 주요인이다.

이진욱 - 해운대로 1000만 영화를 경험한 윤제균 감독에 대한 네임 벨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윤 감독의 연출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는 갈리지만 그가 대중의 감성을 건드리는 촉이 뛰어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황정민이라는 배우에 대한 관객의 신뢰 역시 영향을 미쳤다. '너는 내 운명'에서의 순박한 모습부터 '달콤한 인생'에서 보인 비열한 모습까지 그의 뛰어난 연기력이 관객들에게 믿음을 준 듯하다. 단적으로 이 영화에 총제작비 180억 원이 투자됐다는 점은 감독과 배우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 "주요 현대사 평면적으로 다뤄…정치적 논란도 유감"

변이철 - 국제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굵직한 주요 현대사를 너무 평면적으로 다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베트공이 동포들에게 마구 총질을 해대는 장면이 그렇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주요 사건들이 설정된 느낌이다. 또 '4·19나 10·26, 부마민중항쟁 등 중요한 현대사들을 스치듯 가볍게라도 터치하면 좋았겠다'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진욱 - 윤제균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 국제시장은 자전적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역사를 다루는 관점에 있어서 뚜렷한 역사적 시각을 갖고 자료조사 등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아우르고자 검증을 벌였다는 인상을 받기는 힘들더라. 개인사에 맞춰 역사를 가져오다보니 역사의식에 대한 치열한 검증이 생략되지 않았나 싶다.

변이철 - 윤제균 감독의 소재 선택과 그 소재를 영화적으로 접목시키는 방식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 것은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특정 집단이 이 영화를 정치이념적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논란이 확산된 측면이 있다. 청와대와 종편 등에서 이 영화를 '산업화 세대의 성과'와 '애국심 마케팅'을 위해 노골적으로 활용하면서 논쟁이 촉발된 부분은 아쉽다.

김현식 - 영화 자체에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봤다. 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지금 세대와 아버지 세대에 대한 소통이 주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소통을 풀어내는 과정이 사실 없어서 의도가 애매하다고 봤다.

역사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정치적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았다. 감독도 이를 의식하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만들었다고 봤다. 예를 들어 정진영이라는 진보적 색깔이 있는 배우, 변호인에서 주인공을 보좌했던 오달수를 섭외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영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진영 대립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다보니 국제시장을 이용하려는 게 문제다. 변호인도 진보 쪽에서 그 영화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 보수 쪽은 기다렸다는 듯 국제시장을 이용 중이다.

 

◈ "파독이나 베트남전으로 돈 번 부모세대 얼마나 될까?"

변이철 - 주인공 덕수가 가정 경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파독 광부 합류나 베트남 참전 등 국가 정책에 적극 순응하며 타개해 나가는 모습은 좀 아쉽다. 그 시절 부모 세대 가운데 이런 형태로 경제적 활로를 찾아간 이들은 극소수다. 당시 보편적이었던 노동 현실이 영화 속에 보다 많이 담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진욱 - 보수 진영이 이 영화를 "우리 영화"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서 '그만큼 산업화 세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었기 때문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60년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정당성 약한 정권이 왜 중공업 육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가 왜 독일에 광부·간호사를 파견하고 베트남전에 참전해야 했는지, 그리고 그 국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소위 산업화 세대가 부딪혀야 했던 문제들은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데 우리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이렇듯 큰 틀 안에서 산업화 세대에 대한 공유가 없으니, 국제시장 역시 감독의 개인사에 큰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덕수 개인의 처지와 희생을 합리화할 목적으로 파독 광부, 베트남전 등을 끌어들이다보니 빈틈이 컸고, 이 과정에서 보수 언론 등이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산업화 세대를 선점하려는 해석을 시도한 셈이다.

변이철 -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도 보지 않고 '국기 하강식 장면'을 빗대며 애국심을 강조해 논란과 비판이 일었다. 집권세력이 '국제시장을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잘 활용해야한다'는 강박과 조바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종편들도 국제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 일색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광고성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비판적인 평을 내놓는 영화평론가나 인사들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선긋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대구교육청이 학생들의 단체 관람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정치와 이념투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영화의 막강한 영향력에 기댄 이념논쟁 '씁쓸'"

이진욱 - 국제시장이 최근 통진당 해산 등으로 재점화된 이념 논쟁의 맥락 안에서 이용당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라는 매체가 1인당 1년에 4편 이상을 본다는 계산이 나올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니 당연한 결과다. 이러한 매체를 선점하는 것은 이제 어느 진영에서든 최대과제가 된 듯하다.

지난해 '변호인'이 흥행할 때는 '흥행에 도움을 줄까' 말을 아끼던 보수 언론이 이번에는 "탈정치·보수화 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대변하는 영화"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씁쓸하더라.

이 영화의 정치적 성향이 무엇이냐를 논하기 전에, 보수진영이 이념 논리를 강화할 수단으로 국제시장을 끌어들이려는 분위기를 먼저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윤제균 감독이 "영화로 봐 달라"고 한 말 역시 자신의 영화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다가왔다.

김현식 - 국기 계양식은 그 세대를 풍자하려는 의도로 넣은 장면이다. 그것을 애국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인용했다니 황당하다. '국제시장'에서 그 장면은 개인의 감정까지 표출할 수 없는 그 세대의 잘못된 관행을 꼬집은 것인데 이해가 안 된다.

영화평론가인 허지웅도 시사평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했어야한다고 본다. 자신을 비난하는 네티즌들과 논쟁을 하다보니 범위를 벗어났고, 거기서 나온 소잿거리를 종편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몰고 가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진욱 - 분명한 것은 영화 국제시장이 윤제균 감독의 개인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했던 후회. 그 연장선에서 세대간 소통이 부각됐을 것이다. 윤 감독은 인터뷰 당시 "국제시장을 본 젊은 세대는 '부모들이 이렇게 살았구나'라는 새로운 경험을, 나이든 세대는 '우리 젊을 때처럼 지금 세대도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라고 인정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자는 어느 정도 만족을 한 것 같은데, 후자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극중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배타적 시선,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자식들의 모습 등은 덕수의 삶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감독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 시대에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극중 현재를 살아가는 덕수와 그를 둘러싼 젊은 세대의 공통된 시련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결국 발전적인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남은 셈이다.

윤제균 감독

 

◈ "윤제균 감독이 원한 세대간 소통에는 한계"

변이철 - 주인공 덕수는 자녀들에게 내가 이렇게 고생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선장이 꿈이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부모세대의 일반적인 정서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또 설사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도 지금 젊은 세대가 그것을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지도 의문이다.

김현식 - 영화는 세대간 소통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통에 대한 해답을 주진 못했다. 현재의 덕수는 가족들과 다 사이가 안 좋다. 아내와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 듯하다.(웃음)

고집불통. 가부장적인 아버지. 이기적인 사람으로 완성이 된다. 소통을 하려하지 않는 윗세대와 '우리 아버지 왜 저러냐'며 아버지의 고생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 않는 자식세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다. 마지막까지 소통도 안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문을 닫고 우는 것도 불통의 표현으로 다가왔다.

이진욱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마지막까지 소통하지 못한 아버지의 굉장히 현실적인 모습. 우리 아버지 세대가 가장으로서 짊어진 짐이 아니었을까. 지난 시절 산업화 분위기에서, 결혼하면 남편은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꾸려간다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강요한 가부장제에 얽매였던 부모 세대 말이다.

변이철 - 특히 장남 입장에서는 사는 게 가끔 힘들다고 느껴질 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많이 힘드셨겠구나!'하는 생각 날 때가 있다. 어쨌든 영화 국제시장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등 부모 세대의 노고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영화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진욱 - 이렇게 영화 얘기를 하다보면 산업화 시대를 산 우리네 아버지의 자화상이 그려진다. 보수진영에서 이 영화를 이념적으로 선점하려는 논리는 "봐라. 우리 아버지 세대가 저렇게 고생해서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냐"로 압축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장기화하는 경기침체로 모든 세대가 각자의 처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보수진영의 논리는 "잘 살고 있다"는 전제 자체가 틀린 것이 되면서 몹시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세대간 소통의 계기가 되고 싶다"는 제작 의도와도 어긋난,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김현식 - 흥행은 하지만 정치사회적 이야깃거리를 많이 남기고 있다. 이전까지 현대사를 다룬 이야기가 없었기에 시행착오라는 생각도 든다. 향후 이를 보완하는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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