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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은 왜 '도둑들'이 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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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치밀한 모의보다 오락성에 치중…캐릭터와 내러티브 놓쳐

영화 '기술자들'의 배우들과 김홍선 감독. 왼쪽부터 배우 고창석, 배우 김우빈, 배우 이현우, 김홍선 감독. (제공 사진)

 

영화 '기술자들'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흥행 속도는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빅3' 대결로 점쳐졌던 영화 '국제시장'과 '상의원'의 한가운데에 있다.

개봉 6일 만에 142만여 관객을 끌어모은 '기술자들'. 그러나 새로운 케이퍼 무비(범죄 모의 영화)를 바랐던 이들에게는 2% 부족한 아쉬움을 남긴다.

'기술자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1,000만 관객을 모은 케이퍼 무비 '도둑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오락성은 짙을지언정, 그만큼 촘촘한 모의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케이퍼 무비의 기본적인 재미 요소를 놓친 것이다.

'도둑들'과 마찬가지로 '기술자들'의 판은 점점 커진다. 5억 봉황상에서 30억 다이아몬드 그리고 마침내 악인 조 사장(김영철 분)의 의뢰를 받아 인천 세관의 1,500억 현금을 훔치기에 이른다.

영화는 초반부터 오락성 넘치는 사건들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금고기술자 지혁(김우빈 분)을 비롯해 한팀인 인맥 기술자 구인(고창석 분), 서버해킹 기술자 종배(이현우 분)의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결국 가장 중심이 되는 1,500억 사건은 모의부터 짜임새가 허술해진다. 인물들이 서로 속고 속이며 관계가 충분히 꼬여야만 후에 놀라운 반전이 이어지지만 '기술자들'은 반전의 복선을 이중삼중으로 짜임새 있게 그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별다른 궁금증을 자아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전을 알고 나서도 쾌감보다 허탈감이 앞선다.

영화 '기술자들'에서 금고기술자 지혁 역을 맡은 배우 김우빈. (제공 사진)

 

충무로 블루칩인 배우 김우빈 역시 영화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김홍선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김우빈을 위한 영화지만 배우 특유의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김우빈은 지금까지 다소 난해한 캐릭터를 매끄럽게 소화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높았다. '기술자들'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지만 딱 거기까지다. 기존에 그가 보여준 캐릭터나 연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모습이다. 다른 배우들도 예외는 없다.

'범죄'가 아닌 '모의'에 중점을 둔 케이퍼 무비는 각 캐릭터의 역량이 중요하다. 영화가 튼튼하지 못하면 캐릭터의 매력도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도둑들'의 경우 캐릭터들이 많이 출연하지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 맞게 역할을 수행하며 다이아몬드 사건 모의에 집중하기 때문에 분량이 적은 홍콩 배우들까지 제 몫을 다했다는 느낌을 준다.

이에 비해 '기술자들'은 사건의 중심이 흩어져 각 캐릭터의 역할 분담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빈 공간을 남긴다.

사건 전개 과정 속에서 각 캐릭터들이 매력을 잃어버리면서 김홍선 감독이 차별점으로 꼽았던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한 내러티브의 강화' 역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김 감독이 강점이라고 이야기한 '강하게 숨어 있는 다양한 내러티브'가 그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한 셈이다.

지혁이 조 사장에게 복수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아픔, 은하(조윤희 분)를 향한 지혁의 연민, 지혁과 은하의 러브라인 등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지 못하고 다소 진부한 느낌과 함께 사건의 흐름을 단절시켜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결말에 배치된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개연성을 무너뜨려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영화 내내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모호하게 흘러갔던 두 사람의 감정이 갑자기 드러나 관객을 당황시키는 탓이다.

주인공인 지혁의 결말이 이렇게 맺어지면서 '기술자들'은 마치 케이퍼 무비로 시작해 로맨스 영화로 끝나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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