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22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6명의 지위를 박탈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지방의원직은 유지하는 게 합당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선관위는 비례대표의 자격상실에 대한 헌재의 결정문을 법리적 검토 없이 지방의원직에까지 확대 해석해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원직 박탈' 법무부 논리에 충실한 헌재헌재는 지난 22일 통진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의원직 상실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하여 소속 정당의 해산 등 이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하는 경우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의 의미는 정당이 자진 해산하는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퇴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통진당은 자진해산이 아닌 강제해산이기 때문에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법무부가 올해 1월 7일 헌재에 제출한 서면자료와 정확히 일치한다.
법무부는 문제의 조항의 '해산'에 강제해산도 해당되는 지에 대해 "위헌정당 해산으로 인한 당적 이탈·변경 시에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법률규정이 해석된다면, 헌법파괴적인 활동을 한 의원들의 자격을 국회가 법률로 보장해준 셈이 돼 위헌적 활동을 조장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정당 국가적 현실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주장했고, 헌재도 이를 수용해 "해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으면 정당해산제도가 가지는 헌법 수호 기능이나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과 원리에 어긋나고 정당해산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며 지역구 의원에 대해서도 자격을 박탈했다.
헌재는 강제해산의 경우 의원직 상실규정이 헌법에서 삭제되는 등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지역구 의원 포함 5명에 대해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국회의원에 대한 판결을 지방의원에 적용…선관위 오버(?)
헌재의 판결이 '정치적 결정'이란 비판은 비례대표 지방의원 6명의 지위를 박탈한 선관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선관위는 헌재의 결정문을 인용했다고 하지만 헌재는 지방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에 대한 판단만 내렸다.
물론 공직선거법 192조 4항은 비례대표의 경우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구별하지 않고 있지만,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상실여부를 결정할 때는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는 법무부에서도 수용하고 있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지방 의원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하는 영역이 아니라 행정영역에 속하므로 의원직은 상실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서명을 통해 밝혔다.
법무부는 또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는 사회주의제국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 선언을 하면서 그 범위는 연방의회 등에게만 해당하고 지방자치단체 의원에게는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에 한하여 의원직이 상실된다고 합리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가 비례대표국회의원에 대한 헌재 결정 내용을 무리하게 비례대표 지방의원에게 적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법무부가 지방 의원에 대해선 의원직 상실 청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헌재는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상황인데, 사실상 선관위가 헌재를 넘어 헌법적 결정을 내린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 담당자는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헌재의 결정을 그대로 인용한 게 아니"라고 "결과만 일치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