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 결정이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낳으면서 청와대 문건 유출보도에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개입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급작스럽게 수그러들고 있다.
지난 19일 헌법재판소가 초유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리자 이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3가지 갈래로 진행되면서 점차 증폭되는 분위기다.
첫째는 통합진보당 해산 논리의 근거가 된 통합진보당과 당원들의 종북행위 즉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한 북한식 사회주의체제 옹호와 이에 기반한 남한사회변혁 추진, 둘째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이념적 성향 편중, 셋째는 국회의원직 상실 이후 지방의원직 처리 문제 등이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을 결정한 19일 오전 선고공판을 마친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당해산은 헌정사상 처음인 데다 분단상황 속에서 이뤄진 종북논란 정당 해산이라는 사안의 휘발성 때문에 19일 헌재 결정 이후 이 사안에 쏠리는 국민적 관심, 여론의 관심, 정치권 관심도가 급상승하는 추세다.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은 판결 이후 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사는 김모 씨는 19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헌재의 8대1 결정은 올바른 결정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찬성입장을 밝혔지만, 수원에 사는 오모 씨는 "국민적 합의보다는 헌재재판관 보수적 구성에 따른 결정으로 진보성향 재판관이 많았다면 어떤 결정이 나왔을까"라고 반문했다.
중앙일보의 22일자 긴급여론조사 결과 조사대상자 64%가 통진당 해산 찬성, 24%는 반대 입장을 밝혀 찬성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19~2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무작위 전화걸기 방식으로 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 응답률은 18.8%였다.
정치권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반북한, 종북정서를 의식한 듯 표면적으로 헌재 결정에 반대하거나 비판목소리를 내는 곳은 없지만 헌재의 정당해산결정이 갖는 의미를 놓고는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판결취지에는 이해하나 정당해산의 문제는 결국 국민에게 맡겨야 할 문제라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 결정은 우리나라가 법치질서로 유지돼 국민들의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그 어떤 세력도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할 수 없다는 인식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정치권의 진보세력들은 이제 낡은 종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진당 해산결정에 맞춰 주말을 이용해 전방 을지부대 GOP 초소를 방문해 장병들을 위로 격려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반면,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통진당 해산에 대한 헌재 결정을 되돌릴 수 없지만, 민주주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결정이 정국에 악이용될 소지를 경계했다. 문 위원장은 '이번 결정이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평가를 "공허하다"고 지적, "(결정이)지난 2년 동안 정부 실정을 가려주지도 못할뿐더러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통진당 소속 기초·광역 의원 가운데 비례대표 6명(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3명)에 대해 의원직 박탈을 결정했다. 국회의원은 의원직 상실조치를 취하면서 지방의원은 그대로 놔둬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기초의원 지역구 31명은 그대로 의원직을 유지하게 돼 일단 이들은 무소속으로 의정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정당해산 조치와 맞물려 논란은 지속 될 전망이다.
2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국진보연대 주최 '민주주의 사형선고 박근혜 독재 퇴진! 민주수호 국민대회' 참석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해산된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이날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강제해산에 따른 비상원탁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처럼 정당해산이 커다란 후폭풍을 일으키면서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종북논란이 증폭되자 연말 정국의 핵이었던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개입의혹사건은 여론 관심도 뚝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