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 의견으로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이 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며 해산을 결정했다.
이로써 2000년 민주노동당으로 출발했던 통진당은 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며 현직 국회의원 5명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법리적인 판단과 별도로 이번 헌재의 결정 과정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떨칠 수 없게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동의하지도 않고 비례대표 선정 과정 등에서 보여준 폭력사태 등을 볼 때 결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를 강제적으로 해산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정당에 대한 선택은 선거 등 정치적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이미 통합진보당은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잃었고 정치적으로 자연스러운 도태과정에 놓여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굳이 강제적으로 정당을 해산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또다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국민들의 선택으로 버림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멸될 세력이 국가에 의해 강제 해산됨으로써 정치적 탄압, 정치보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하정당화되고 더 큰 현실적 위협세력으로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번 결정은 자유로운 정당활동과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은 "정당해산은 엄청난 영향과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극도로 제한된 경우에 한해야 한다"며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보면서 당국이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지킬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유일하게 소수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이 정당해산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며 밝힌 다음과 같은 판단이 더 주목을 끈다.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