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 (사진=서울신문/노컷뉴스제휴사)
급증하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도입한 '금융기관용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가 반쪽짜리 시스템으로 전락했다.
애초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등 6가지 신분증의 진위를 통합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확인가능한 신분증은 주민등록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용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는 지난 2월 안전행정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 6개 신분증 발급기관과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우리·부산·광주·외환·신한·국민·농협·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16개 금융기관이 업무 협약을 맺고 시행하기로 한 제도다.
기존 통장 개설 등 금융거래를 할 때 본인 여부를 신분증 발급기관별로 일일이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시스템 구축을 통해 간소화하는 한편 정확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각기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장애인등록증·국가유공자증·외국인등록증 등의 신분증의 위·변조 식별 스캐너를 구비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인증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하지만 애초 계획과는 달리 정부 부처 간 협력이 원활치 않게 되면서 현재 진위여부 확인이 가능한 것은 주민등록 뿐이다. 애초 이달 말까지 운전면허증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방침을 세웠지만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주민등록증 이외 운전면허증, 외국인신분증 등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며 "고객의 절반 가량이 운전면허증인데 주민등록증만 확인이 되니 사실상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주민등록증 식별 성공률이 60~70%에 그치고 있다. 스캐너가 주민등록증을 스캔한 뒤 행정자치부 서버에 접속해 주민등록증의 성명, 발급일자, 주민등록번호, 사진의 특장점을 비교·대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그렇다보니 주민등록증의 사진이 오래돼 희미해졌거나 등의 사유로 식별이 안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민등록증 진위여부 확인 성공 여부가 60% 수준에 불과하다"며 "주민등록증의 문제긴 하지만 현재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다 정확한 신분증 진위확인을 위해서는 IR(적외선), OVD(홀로그램)를 통한 위·변조 식별 기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행자부,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농·수·신협·산림조합중앙회, 한국대부금융협회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를 내년 초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각 중앙회는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업체에 대한 입찰 공고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시행중인 은행권에서 시스템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2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2금융권 관계자는 "모든 신분증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도 않은 완벽하지도 않은 시스템을 돈을 들여 설치해야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저축은행에게 이중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신분증이 인식되는 것도 아니라서 나중에 또 비슷한 사고가 터지고나면 그때 또 시스템 교체를 할 것이 뻔하다"며 "금융당국의 즉흥적인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