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으로의 이적은 선수들에게 기회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팀의 주축이 아니라는 의미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베테랑들은 20인 보호선수 명단 제외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더 각오가 다부질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1군 무대에 뛰어드는 kt는 FA와 특별지명 등으로 총 13명의 선수를 새로 데려왔다. 2,000안타의 베테랑 장성호부터 MVP 출신 김상현, 도루왕 이대형, FA 김사율과 박기혁, 박경수까지. 모두 새로운 기회를 바라고 있었다.
베테랑이라고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물론 신생팀인 만큼 베테랑들이 조금 유리할 수도 있지만, 결국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기회를 잡는 선수들이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황이다.
조범현 감독도 18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신규 입단 선수 기자회견에서 "우리 전력 자체가 아직 완전하게 파악이 안 됐다.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아무래도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시범 경기를 하면서 전력을 구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활짝 열려있다는 의미다.
선수들도 신생팀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최근 부진했던 베테랑들은 다시금 예전 기량을 펼치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베테랑이라고 젊은 선수들을 마냥 끌어주는 역할을 사양하겠다는 마음 가짐이다.
SK에서 옮겨운 김상현은 "상황이 안 좋은데 또 한 번 기회를 줘 감사한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못했던 야구를 다시 한 번 kt에서 보여주겠다. 야구장만 보면 넘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몸을 잘 만들어서 다른 선수 못지 않게 홈런을 많이 칠 수 있게 정확성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방출된 뒤 조범현 감독의 부름을 받은 장성호도 마찬가지다. 2,000안타를 때리며 최고의 교타자로 불렸던 장성호지만, 올해는 5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장성호는 "최고참인 만큼 어린 동생들을 잘 끌고 한 시즌을 잘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편한 조건은 아닌 것 같다. 나도 어차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 중 좋은 선수가 많아 주전이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경쟁을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경기를 뛸 수 있다. 기록에 대한 생각을 안 했으면 거짓말이겠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팀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하지 기록은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