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재현, 김아중, 김래원(SBS 제공)
TV 드라마가 대한민국 검찰을 과연 바꿀 수 있을까.
10일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새 월화드라마 '펀치' 제작발표회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오는 15일 첫 방송을 하는 드라마 '펀치'에는 검사들이 들으면 뜨끔할 대사가 적지 않다.
법무부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은 검찰총장 자리를 노리는 이태준(조재현 분)을 향해 직설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날린다.
"공안검사로 활약하며 수많은 사건을 조작하고 검찰 내에 파벌을 만들어 자기사람을 주요 보직에 앉혀놓고…"
"박수 받으러 올라왔다가 손가락질 받고 내려가는 분들 많이 봤어요"
정의로운 검사도 많이 나온다.
여성 법무부 장관 윤지숙은 검찰의 자랑이자 명예이며 개혁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인 신하경(김아중 분)도 대형 로펌과 대기업 법무팀의 스카우트 제안을 뿌리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인물.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 이호성(온주완 분)은 전재산을 날린 서민들을 위해 다단계 사기범을 3년 동안 추적해서 체포하고 마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왼쪽부터 김래원, 온주완, 서지혜, 최명길, 김아중, 조재현, 박혁권(SBS 제공)
하지만 대한민국 검찰로서는 걸어온 발자국마다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진 이태준 같은 인물을 검찰총장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불편할 수 있다.
또 핵심 간부인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조강재(박혁권 분)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증거 조작과 증인 회유를 밥먹듯이 하는 최악의 검사로 그려졌다.
주인공인 박정환(김래원 분)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도 극 초반에는 '세상은 정글이고 약자가 울지 않으면 내가 울게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연출을 맡은 이명우 감독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검사가 되면 정의를 수호하고 약자 편에 서겠다고 약속하지만 나이가 들고 풍파를 겪게되면서 힘과 권력을 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하지만 정의를 추구하는 검사들도 있고 그것을 위해 부대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논란'으로 검찰이 연일 언론보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설정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검찰에 출두한 정윤회에 대해 황제급 의전을 펼쳤다' 등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 신뢰를 상당부분 잃었다는 반증이다.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해 정말 정의를 수호하고 약자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드라마 '펀치'를 보며 불쾌해할 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개혁에 나서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현실 속 검찰 내에는 윤지숙과 같은 법무장관은 물론 신하경과 이호성 같은 강직한 검사들도 많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