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저성장·저물가 기조에서 벗어나려면 통화정책에 의존하기보다는 경제 구조개혁이 중요하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또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는 통화정책보다는 금융당국의 미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 여부와 관련해 "3%대의 성장과 1%대의 물가를 디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디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KDI의 주장은 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3.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 논리는 저성장과 저물가 고착화에 대한 우려에서 내놓은 것일 것"이라며 "디플레 대응은 금리인하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저성장·저물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통화정책 아닌 구조개혁으로 풀어야"
그는 "앞서 두 차례에 금리인하에도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지금의 경기 상황이 경기순환적 이유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최근 주춤한 것도 통화정책으로만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저성장·저물가는 경기순환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통화정책보다는 규제개혁이나 구조조정 등 구조 개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 "가계부채 통화정책 아닌 미시적 대응책으로 공동 해결해야"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 문제도 통화정책 수단보다는 금융당국의 미시적 대응책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중요하게 봐야할 요인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경기 회복 심리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8월과 10월에) 금리를 내렸던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고 금융감독 당국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로 해결할 사항은 아니고 미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국내외 요인 영향…내년 성장률, 물가 전망치 하향 조정 시사내년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서는 "경제 여건 등의 변화가 있으면 전망치가 바뀔 수밖에 없다"며 "지난번 전망치 발표 시점인 10월 이후 두달간 변화를 보면 분명히 내년 성장률 3.9%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경제 부진이 생각보다 더 좋지 않고 중국 경제도 성장세 둔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며 "국내 요인을 봐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생각보다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물가 전망치와 관련해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에 따라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은은 지난 10월 경제전망 때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5%와 3.9%로 제시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1.4%, 내년 2.4%였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과 관련해서는 "고령화 진전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투자부진 등을 고려하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에 와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물가 상당기간 낮은 수준 유지 전망…물가안정목표제 설정 최대한 앞당길 것"물가는 상당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유가가 하반기에 3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앞으로 소비자물가를 상당폭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물가안정목표치는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정 물가수준을 조기에 바꾸는 것보다 새로운 3년 목표치가 설정되는 2016년부터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016년에 물가목표제 설정을 내년 초나 상반기 중에 하도록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