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위), 플라이투더스카이(아래)
2014년 가요계를 뒤흔든 핫 키워드는 '원조 오빠'들의 귀환이다. 잠시 잊고 지내던 그들의 모습에 대중은 환호했고, 가수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컴백 물결을 이뤘다.
이들의 컴백은 단순히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신비감을 과감히 내려놓고 친근한 오빠의 느낌으로 돌아온 이들은 최근 음원 차트를 주도하던 후배 가수들을 가뿐히 제치고 정상을 차지하는 등 어마무시한 위력을 보여줬다.
◈ 다시 뭉친 오빠들의 위력…"차트 정상 쯤이야"2000년대 초반 '국민 그룹'으로 불리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god는 지난 5월 본격적으로 재결합 프로젝트를 시작해 12년 만에 완전체의 모습으로 팬들을 찾았다. 선공개곡 '미운 오리 새끼'는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며 긴 공백 기간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이후 7월 발표한 8집 '챕터 8'의 수록곡 역시 차트 상위권을 god의 이름으로 수놓았다.
이후 god는 15주년 기념 단독콘서트를 마치고 성공적인 복귀를 자축했다. 7월 12~13일 양일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던 이 공연은 완전체 god를 보기 위한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순식간에 티켓이 동 나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R&B와 발라드곡으로 인기를 끌었던 플라이투더스카이(환희·브라이언)도 지난 5월 5년 만에 정규 9집 '컨티뉴엄(Continuum)'을 발표했다. 냈다. 그동안 각자 솔로 활동을 이어오다 다시 뭉친 이들의 컴백은 가요계를 또 한 번 향수에 빠지게 했다.
한때 불화설을 겪으며 마음고생을 했던 환희와 브라이언은 한층 성숙해진 화음으로 신곡을 선보이며 왜 자신들이 듀엣을 이뤄야 하는지를 확실히 입증시켰다.
최근 원조 꽃미남 밴드 버즈도 긴 침묵을 깨고 8년 만에 돌아왔다. 2000년대 초반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던 것은 물론, 감성 깊은 곡들로 노래방 애창곡 순위까지 점령했던 버즈는 지난달 11곡으로 꽉 채운 정규 4집 '메모라이즈'(MEMORIZE)를 발표했다. 비록 차트에서 기대했던 만큼 좋은 성과는 얻진 못했지만, 밴드로서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며 추후 행보를 기대케 했다.
서태지(자료사진/윤성호 기자)
◈ 서태지·김동률 등…'전설'들의 귀환90년대를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아이콘들의 귀환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였다.
무엇보다 5년 만에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를 발매한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복귀가 단연 화제를 뿌렸다. 특히 그는 과거의 신비감을 내려놓고 한층 친근해진 모습으로 대중과 소통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서태지는 데뷔 후 처음으로 자신의 곡인 '소격동'을 후배 가수 아이유에게 부르게 하고, 선공개곡으로 내놓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KBS 2TV '해피투게더', MBC '무한도전', JTBC 뉴스룸 등 연이어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며 신비주의를 벗어 던졌다. 이는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던 대중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도 김동률, 토이(유희열), 윤상, 이승환 등 중견급 싱어송라이터들이 오랜만에 신보를 내고 돌아와 음악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이들은 최근 LTE급으로 빠르게 소비되는 가요 트렌드에 지쳐있던 이들에게 90년대의 감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