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플리커/자료사진)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 대학교 의료센터 연구진이 사람의 지능을 가진 '슈퍼 쥐'가 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의 뇌세포를 쥐의 뇌에 이식하는 실험이었다.
연구 목적은 살아 있는 쥐의 뇌 속에 있는 인간 세포를 연구함으로써 인간 뇌 질환을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혼합 뇌는 쥐 뇌세포의 절반을 차지하는 쥐의 뉴런(신경세포)을 갖고 있지만 뉴런을 지지하는 거의 모든 신경교(뇌와 척수의 내부에 있으며 신경 조직의 결합 지지, 영양 등의 작용을 하는 조직) 세포는 사람의 것이다.
연구를 이끈 스티브 골드만 박사는 "혼합 뇌는 인간의 뇌가 아니라 여전히 쥐의 뇌지만 뉴런 세포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 사람의 세포"라고 말한다.
성숙하지 않은 신경교세포는 기증된 태아로부터 추출해 새끼 쥐에 주입됐다. 이 세포들은 '성상세포'로 불리는 별모양의 신경교세포로 성장했다. 그리고 한 마리의 쥐에 30만개의 사람 세포를 주입했는데 12개월 후에 1천2백만개로 증가했다.
반면, 쥐의 신경교 세포는 그보다 20배나 큰 사람의 성상세포에 압도돼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이어 이들 쥐를 상대로 표준적인 기억력과 인식에 대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쥐의 지능이 훨씬 더 높아졌다. 복합뇌의 쥐는 기억력이 4배나 좋아졌다. 연구진은 "엄청난 효과"였다고 표현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성인의 뇌세포를 이용해 비슷한 실험을 했지만 이 세포들은 태아의 뇌세포, 즉 전구체 신경교세포처럼 쥐의 뇌를 접수하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두 실험 결과를 통해 전구체 세포가 분화해 증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학교 울프강 에나르드 박사는 연구 결과와 관련해 '태아의 세포가 다른 종에서도 기능을 하는 것은 놀랍다'며 '세포의 어떤 특성에 의해 그런 작용이 일어나고, 새로운 환경에서 그런 특성이 어떻게 발휘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진은 성숙하지 않은 사람의 신경교세포를 미엘린(신경세포를 둘러싸는 백색 지방질 물질로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가 누출되거나 흩어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결핍증의 쥐에 주입하면 사람의 신경교세포 가운데 일부가 ‘희돌기교세포’로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세포는 뇌세포의 하나로 미엘린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세포가 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치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미엘린초(myelin sheath)의 손상을 암시하는 다발성 경화증(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인 수초가 탈락되는 질병)과 같은 질병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골드만은 "사람의 신경교를 주입한 쥐는 다양한 신경질환에 대해 특정 신경교가 치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며 "신경교 전구체 세포를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도록 당국의 허가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세포를 쥐에 이식하는 실험이 이미 진행 중이다.
골드만은 이 실험에 따른 도덕적 문제와 새로운 종의 쥐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뇌세포를 이식했더라도 분명히 쥐이며, 사람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그러나 도덕적 문제 등을 고려해 원숭이 등으로 이 실험을 확대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뉴로사이언스(Journal of Neuroscience)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