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가 밝힌 '인터스텔라 흥행' 3대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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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배급사에게 듣는 비수기 극장가 900만 관객 돌파 동력

 

"사실 이 정도까지 흥행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죠. 극장가 비수기이고 하니까 500만 관객 넘기는 것이 1차 목표였으니까요."

최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이하 워너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심영신 워너코리아 마케팅 부장. 그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수입·배급 워너코리아)가 예측을 벗어난 놀라운 흥행세를 보이는 데 따른 자못 상기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스텔라는 극장가의 비수기 공식을 모조리 무너뜨리며 900만 관객을 넘어섰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전날 전국 714개 스크린에서 2,781회 상영된 데 힘입어 18만 7,851명의 관객을 보태며 누적관객수 910만 1,637명을 찍었다.

인터스텔라의 900만 관객 돌파는 지난달 6일 개봉 이래 한 달여 만의 기록으로, 올해 개봉작 가운데 '명량'(누적관객수 1,761만여 명), '겨울왕국'(1,029만 6,101명)에 이어 흥행 3위의 성적이다.

인터스텔라는 워너코리아의 흥행 역사도 새로 썼다. 인터스텔라 이전 워너코리아의 흥행 순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개봉 2012년·관객수 639만 6,528명)와 '인셉션'(2010년·582만 7,444명),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년·469만 7,112명), 인기 시리즈물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2011년·440만 270명) 순이었다.

이번에 인터스텔라가 워너코리아의 최고 흥행작에 오르면서 흥행 톱5 가운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 1위부터 3위를 싹쓸이한 격이 됐다. 심 부장은 "인터스테라의 1차 목표는 인셉션, 2차 목표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였다고 전했다.

"초반 인터스텔라가 인셉션의 거울 이미지라는 평을 얻으면서 인셉션에 열광했던 관객들이 호응해 줄 거라 여겼어요. 그래서 그 정도의 흥행 가능성을 봤죠. 지난해 '그래비티'의 경우처럼 인터스텔라가 우주를 실감나게 체험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10, 20대 관객과 중장년 관객층이 과학에 대한 신선함과 흥미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에 따라 워너코리아는 인터스텔라의 개봉에 앞서 극중 정교한 과학 이론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애썼다. 물리학 관련 학자·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인 시사회를 진행하고, 과학에 관심 있는 고교생들을 초청해 영화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낸 점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기획은 인터스텔라에 교육과 오락을 결합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라는 수식어를 달아 주며 관객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 성공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심 부장은 이를 두고 "입소문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한 영화 관련 사이트에 인터스텔라 게시판을 만들어 뒀는데, 매일 기상천외한 해설과 패러디 영상들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몹시 놀랐어요. 주연 배우들이 외국 토크쇼에 출연해 얘기한 부분들까지 일일이 캡처해 올리면서 입소문을 내 줬으니까요. 무서운 정보력을 바탕으로 팬들끼리 자연스레 네트워킹을 선보인 셈이죠."

심 부장은 지난 10월 중순 첫 관객으로서 인터스텔라를 봤을 때 느낌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의 부성애와 가족애에 울컥했는데, 내부에서도 영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했다.

"저는 물리학적인 부분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함께 본 공대 출신 직원이 상대성 이론에 대해 설명을 해 주는 거예요. 그 바람에 공대 출신, 문과대 출신 사이에서 질의응답 시간이 펼쳐졌죠. 이렇듯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깃거리를 건졌던 저희 느낌을 관객들도 고스란히 받은 듯싶어요."

◈ 워너 본사도 놀라 "놀란 감독 영화에 폭넓은 관객층 반응 성과"

인터스텔라가 우리나라에서 얻은 흥행 성적은 전 세계 3위의 기록이다. 가장 큰 영화 시장인 북미와 역대 2D 외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중국에 이은 것이다. 심 부장에게 워너브러더스 본사의 반응을 물었다.

"일단은 '축하한다' '엄청난 소식이다'라는 감탄과 놀람과 경탄, 그리고 왜 한국에서 잘 됐는지를 궁금해하더군요. 우리나라에 소개된 워너브러더스의 작품이 그동안 전 세계 5, 6위를 해 왔는데, 이번에는 워낙에 스코어가 높다보니 다들 한 번씩은 더 들여다보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시장이 중요한 곳인지라 본사는 늘 업무적으로 협조적이었는데, 인터스텔라를 기점으로 나중에 놀란 감독의 영화를 하게 되면 이벤트나 기획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1순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워너코리아 측이 본 인터스텔라의 흥행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대한 두터운 팬층과 높은 신뢰도' '에듀테인먼트 영화로 입소문이 난 덕에 위 아래로 확장된 관객층' '상대적으로 경쟁작이 적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던 상영관'이 그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놀란 감독에 대한 국내 관객의 신뢰는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을 하면서 느꼈으니 처음에는 그 정도 열기를 기대했죠. 인터스텔라는 놀란 감독의 영화 가운데 가장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마니아 층에서 시작된 입소문이 아래로는 초등학생, 위로는 40, 50대 이상 관객층에게까지 확산됐으까요."

사실 매년 봄과 늦은 가을은 곧 다가올 극장가 성수기를 준비하기 위한 휴식기의 성격이 강하다. 이 시기를 비수기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수기 극장가에 인터스텔라를 거는 워너코리아 측의 입장은 어땠을까. "언제나 미지수일 수박에 없다"는 것이 심 부장의 설명이다.

"비수기에도 성공한 영화가 있었어요. '아이언맨3'가 지난해 4월 개봉해 900만 관객을 동원했으니까요. 그래도 언제나 한계가 있습니다. 개봉 첫날 스코어 차이가 성수기와 뚜렷하게 구분되거든요. 인터스텔라의 경우 놀란 감독의 이름값이 있으니까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극장에 설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는 있었어요. 이 영화의 오프닝 스코어가 22만 7,000명이었는데, 7월 개봉해 첫날 관객 40만 명을 넘긴 다크나이트의 반 정도였죠."

그는 인터스텔라가 놀란 감독의 두터운 팬층 덕에 안정적인 오프닝 성적을 낸 만큼 '이 영화의 흥행 관건은 극장에 얼마나 오래 걸릴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렸다'고 봤단다.

"비수기 개봉 영화는 어떻게 입소문이 나 관객들에게 다가가느냐에 많은 부분이 좌우됩니다. 첫날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이 어떻게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열광적인 반응을 보면서 오래 갈 수 있겠다 싶었죠. 개봉 2주차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몰리면서 흥행세가 강해졌습니다. 저희가 딱히 특별한 전략을 갖고 임했기에 잘 된 것 같지는 않아요.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워너브러더스 영화의 특징은 창작자의 색깔을 존중한다는 점에 있다"고 심 부장은 설명했다. 다소 상업적인 경계 밖에 머무는 소재를 상업적인 테두리 안으로 제대로 들여올 줄 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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