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염색체와 Y염색체. 오른쪽 작은 것이 Y염색체이다. (사진 출처=미 아리조나 대학)
흡연은 남성에게 혈액세포 속의 Y염색체를 감소시키고,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4일 발행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스웨덴 업살라 대학 면역·유전·병리학과 라스 포스버그는 "Y염색체를 상실한 후에도 세포들은 죽지 않고 생물학적 기능이 교란된 상태로 계속 활동을 한다"고 설명한다.
면역세포인 혈액세포는 암세포와 싸워서 이겨야 하지만 Y염색체가 없는 상태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Y 염색체를 잃으면?남성에 있어 Y염색체는 X염색체와 함께 성을 결정하는 두 개의 염색체 가운데 하나다. 반면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세포분열 동안 모든 염색체는 복제돼 두 개의 새로운 딸세포로 나눠지지만 이 복잡한 과정에서 종종 염색체들이 상실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개 염색체를 잃은 세포는 죽게 되지만 종종 하나의 Y염색체가 없는 상태로도 세포가 생존하는 경우가 있다.
세포분열 과정에서 Y염색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50여년전부터 이미 알려졌고, 나이가 많을수록 사라지는 확률이 높다.
이와 관련해 포스버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4월 유전학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실린 논문을 통해 혈액의 Y염색체 상실이 남자의 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후 연구진은 남성에게 Y염색체를 상실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6천명의 스웨덴 남성을 상대로 연구했다.
이들에게 운동량, 혈압, 음주, 흡연, 혈액검사 등의 건강 정보를 수집한 뒤 혈액 속에 분포된 Y염색체를 검사했다. 적혈구에는 DNA가 없기 때문에 백혈구와 면역세포에 대해서만 분석했다.
◈ 흡연의 부작용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수집한 데이터를 기초로 연구 대상자들의 생활습관과 건강 요소들을 비교분석한 결과 연령을 제외하고 Y염색체의 손실과 관련이 있는 것은 흡연이 유일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Y염색체를 상실할 위험이 2.4~4.3배 더 높았다.
흡연이 Y염색체의 상실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이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담배가 Y염색체를 상실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그 근거로 흡연 량이 많을수록 Y염색체의 감소율도 높았다. 그리고 금연을 한 사람은 혈중 Y염색체 수치가 한 번도 흡연을 하지 않은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포스버그는 금연을 하면 Y염색체를 상실한 세포가 소멸한다는 것으로 금연을 통해 치유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연구진은 흡연이 인체의 다른 세포에서 Y염색체를 얼마나 상실하게 만드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분석하지 않았지만 이전의 다른 연구를 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은 혈액 뿐 아니라 인체의 다른 세포에서도 Y염색체가 감소했다고 포스버그는 설명한다.
Y염색체는 성과 관련된 것이긴 하지만 혈중 Y염색체의 손실이 '남자다운 것'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대신, Y염색체의 감소는 일반적으로 여성에 비해 남성의 암 위험이 더 높은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포스버그는 설명한다. Y염색체 상실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흡연에 의해 세포가 손상되고 있다는 신호이고, 이런 돌연변이가 축적되면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이 훨씬 더 복잡할 것으로 본다.
포스버그는 "이번 연구는 혈액세포를 상대로 연구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면역체계를 연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면역시스템의 기능 가운데 하나가 평생 암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만약 Y염색체 상의 어떤 유전자암호가 암과 싸우는 기능을 제공한다면 혈액 속의 Y염색체의 손실은 종양에 훨씬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며 "다음 연구에서는 면역세포의 종류를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상실한 Y염색체가 어떤 면역세포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지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