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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수놓는 음악영화…삶 품은 감동 선율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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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 뭍어나는 음악이 있는 영화…연말 줄줄이 개봉 앞둬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찾아온 12월, 감동의 선율로 몸과 마음에 온기를 심어 줄 음악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음악영화는 귓가를 수놓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음악을 전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까지 담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삶과 어우러지는 음악이 주는 감동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리허설을 모두 마치고 관객과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다양한 음악영화를 개봉일 순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 7080세대가 전하는 치유의 음악여행 '악사들'

영화 '악사들'의 한 장면. (사진=반달 제공)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는 평균 나이 60세의 다섯 남자가 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7080 음악여행. 다큐멘터리 영화 '악사들'(감독 김지곤, 제작 반달·탁주조합)은 7080세대의 삶과 음악을 통해 또래 세대는 물론 2030세대의 불안과 고민까지 위로한다.

색소폰 연주자인 혜광 스님은 70, 80년대 나이트클럽에서 활약하던 선후배를 모아 7080 음악전문 5인조 밴드 우담바라를 결성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베이시스트 이승호. 음악에 대한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한 드러머 이현행. 남해 출신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 이정수. 이들 가운데 가장 어린 실력파 건반 주자 박기태가 그 면면.

이들은 20대 때는 꿈을 위해 나이트클럽에서, 30, 40대 때는 가족을 위해 카바레와 룸살롱을 일터로 삼아 삶을 이어온 악사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어디서 음악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떠나, 매일매일 음악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부산 영도다리 위, 부산호텔 앞, 중앙동 40계단 광장…. 뜨거운 박수도, 그 흔한 앵콜 요청도 없지만 다섯 악사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과 삶을 연주한다.

'우리의 음악은 끝나지 않았다'는 포스터 문구처럼 이들 다섯 악사의 행보에서는 비로소 자신을 위한 진정한 음악의 의미를 찾았다는 행복감이 뭍어난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지곤 감독은 부산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이다. '낯선꿈들'(2008)부터 '할매'(2011), '할매-시멘트 정원'(2012)까지 부산의 사라져가는 공간과 잊히는 역사, 스러져가는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을 만들어 온 그다.

영화 악사들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4일 개봉.

◈ 가슴을 적시는 클래식 향연 '지휘자를 위한 1분'

영화 '지휘자를 위한 1분'의 한 장면.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만큼이나 열정적이 꿈틀대는 클래식 경연대회가 있다. 제10회 제천국제영화음악제에서 상영된 바 있는 영화 '지휘자를 위한 1분'(감독 앙헬 에스테반·엘레나 고아텔리, 수입 ㈜영화사 진진)이 그 뜨거운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음악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펼쳐지는 세계 3대 국제 지휘 콩쿠르 중 하나인 안토니오 페드로티. 치열한 콩쿠르에 도전장을 내민 젊은 136명의 예비 지휘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분. 그 짧은 동안 그들은 처음 호흡을 맞춰 보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랜덤으로 주어지는 클래식을 완벽하게 지휘해야 한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콩쿠르는 2대의 피아노 지휘로 17명을 뽑고 오페라 지휘로 5명을 선발한 뒤, 오케스트라 지휘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뽑게 된다. 짧은 연주를 위해 그들은 끈질긴 연습과 연구를 견뎌내고 당당하게 무대에 선다.

이 영화는 안토니오 페드로티 지휘 콩쿠르에 도전장을 내민 예비 지휘자들의 치열하면서도 감동적인 오디션 현장을 담고 있다.

참가자들은 유명 작곡가들의 곡을 밤낮으로 연구하고, 해석해 자신만의 곡으로 재탄생시켜 지휘를 해야만 한다. 쇼팽의 '흑건',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3번',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등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이 그렇게 객석을 울린다.

콩쿠르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삶을 시작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음악과 사랑에 빠진 연인을 떠오르게 한다.

이 영화가 지휘자라는 음악인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도록 도울 것이다. 4일 개봉.

◈ 홍대 언저리 뮤지션들의 특별한 성장통 '파티51'

영화 '파티51'의 한 장면. (사진=51+필름 제공)

 

대한민국 인디음악의 메카 홍대. 그곳에서조차 밀려난 언저리 뮤지션들의 웃픈 성장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파티51'(감독 정용택, 제작: 51+필름)은 그래서 특별하다.

"우리는 공연장도, 돈도 없다. 그렇다면?" 극중 뮤지션들이 주민잔치, 대학축제, 집회 시위현장, 길거리까지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기타를 둘러 메고 마이크를 잡는 이유다.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며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그들은 자본, 경쟁, 분열에 맞서 스스로 자립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실험을 시작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디음악의 메카 홍대에서 공연할 장소조차 구하지 못해 점점 밀려나는 언저리 뮤지션들이다. 그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는 음악과 생존에 관한 속살이다.

여기에는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분열이 아닌 연대로, 의존이 아닌 자립으로 가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똬리를 틀고 있다.

소위 '잉여'로 불릴 법도 하건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살고자 하는 뮤지션들의 열정은 겨울 추위를 누그러뜨린다.

이 영화에는 '21세기 서울의 블루스맨'으로 꼽히는 하헌진, 마성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포크 싱어 회기동 단편선, 1집 '서울 불바다'로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그라인드코어 밴드 밤섬해적단, 민중 엔터테이너로 홍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한받(야마가타 트윅스터) 등 인디계를 들썩이게 만든 뮤지션들이 총출동한다.

끓어오르는 에너지와 폭발하는 사운드를 고스란히 담은 뮤지션들의 라이브 장면들은 실제 공연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생생하다. 11일 개봉.

◈ 목소리 잃은 천재 테너 감동실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한 장면. (사진=㈜모인그룹 제공)

 

목소리를 잃은 오페라 가수가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실화를 그린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감독 김상만, 제작 ㈜모인그룹)의 이야기 줄기다. 리리코 스핀토는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를 지닌 테너에게 주어지는 찬사다.

아시아 오페라 역사상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목소리로 주목 받으며 최고의 리리코 스핀토로 떠오른 한국인 성악가 배재철(유지태)은 유럽 오페라계의 스타다.

그의 목소리에 반한 일본 오페라 기획자 코지 사와다(이세야 유스케)는 일본에서의 공연을 제안하고, 둘은 음악에 대한 애정과 이해의 공감으로 가까운 친구가 된다.

하지만 새로운 오페라 무대를 준비하던 재철은 갑상선 암으로 쓰러져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게 되고, 수술 과정에서 성대 신경이 끊기면서 노래는커녕 말하기도 버거운 상황에 이른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그의 아내 윤희(차예련)와 친구 사와다는 재철의 성대가 회복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배우 유지태가 오페라 가수 역에 도전해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목소리를 잃은 비운의 테너가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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