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시절 보좌관을 지낸 정윤회(59) 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소위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 국정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청와대 내부문건이 공개됐다.
세계일보는 28일 청와대 내부문건인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의 내용을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문건에는 "정윤회는 현재 강원도 홍천인근에서 은거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2013년 10월부터 매월 2회 정도 상경,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소위 '十常侍'(십상시) 멤버들을 만나, VIP의 국정운영, BH(청와대) 내부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십상시는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그룹으로 활동한 인물들로 소위 문고리권력으로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을 비롯해 친박계 의원들의 보좌관, 새누리당 당직자 등이 지난 대선기간 십상시로 불렸다.
이 문건은 이와함께 "정부 인사 및 BH 내부 인력조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안봉근에게 전달하여 시행하도록 하면서 BH 내부 및 여의도에 포진하고 있는 '십상시' 멤버들에게 정보지(속칭 '찌라시') 관련자들을 만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유포'를 지시하기도 한다 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정윤회의 최근(2013년 송년 모임) '십상시' 모임에서 언동을 살펴보면 김기춘 실장은 최병렬이 VIP께 추천하여 비서실장이 되었는데 '검찰 다 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시점은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으며, 7인회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기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보지 및 일부 언론에서 '바람잡기'를 할 수 있도록 유포를 지시하였다 함"이라고 썼다.
이 문건의 작성 시점은 2014년 1월 6일로, 작성주체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명시돼 있으며 세계일보는 청와대에 파견나온 A경정이 이 문건을 작성해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야당 의원 등을 통해 정윤회 씨와 소위 문고리권력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바 있지만 청와대 내부 문건을 통해 이같은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 정부에서 공식직함이 없는 정윤회 씨가 청와대 내부의 대통령 측근을 통해 국정에 관여했다는 이 문건의 내용이 사실일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오늘 세계일보에 청와대 관련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시중에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오늘안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포함한 10여명이 서울 강남의 공개된 장소에서 떼로 모여 정기적으로 회합을 했다는 것은 전혀 상식에 맞지 않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