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기사를 써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48)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측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법정에 출석한 가토 전 지국장측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독신 여성의 남녀관계를 언급하는 것이 과연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검토해달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첫 준비기일에서 가토 전 지국장 측 변호인은 기사가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공익적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올해 가장 국민적 관심이 큰 세월호 사건에 대해 최고 책임자의 행적에 대한 기사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 명예훼손 사건들과 다르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비방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측은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대통령과 동거녀에 대한 기사가 많이 보도되고 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보도했다는 것 만으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가토 측은 또 독신 여성인 대통령의 남녀관계를 언급한 것 자체가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변호인은 "독신 여성인 대통령의 남녀 관계에 대한 보도가 명예를 훼손하는 것인지, 본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인지도 별도의 쟁점이다"며 "남녀관계의 언급 자체가 명예훼손인지 여부도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취재 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입에 오르기 힘든 소문들이 었었다. 그런 것은 당연히 명예훼손일 수 있지만 단지 독신 남녀의 남녀관계를 언급하는 것이 명예훼손인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단순히 남녀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통치 수장인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와중에 남녀관계에 몰입했다는 악의적인 기사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맞섰다.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처벌 의사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기소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변호인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 표시가 없는 한 기소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특히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저지른 명예훼손 범죄 수사 및 기소에 대해 일부 언론 매체에서 편파적인 비하와 외교적 마찰로 보도하고 있다"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일부 보도에 흔들림없이 대한민국의 법리에 따라 심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재판에 출석한 가토 전 지국장은 일본어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가토 전 지국장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한국의 인식을 일본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려고 한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현대적 법치국가인 한국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재판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 8월 3일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옛 보좌관 정윤회(59)씨와 함께 있었고, 이들이 긴밀한 남녀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측 요청에 따라 재판부는 정윤회씨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며, 변호인 측에서는 박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가장 잘 아는 수행비서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증인으로 세울지를 검토해 구체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은 공판이 시작되기 전 준비기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1시간 가량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일본 등 해외 취재진 수십여명이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루면서 이 사건에 대해 국내외적인 열기를 반영했다.
특히 일부 보수단체 관계자들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가토 전 지국장을 구속하라"고 소리치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가토 전 지국장이 탄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차 앞에서 누워 항의 시위했다.
가토 전 지국장의 명예훼손에 대한 다음 공판은 12월 1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