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조로 추락한 시민을 우연히 주변을 지나던 소방관이 몸을 던져 극적으로 구조했다.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응봉교의 공사장 인근을 걷던 이모(46·여) 씨는 갑자기 땅 아래로 추락했다.
이 씨가 정화조 뚜껑을 밟는 순간 뚜껑이 휘어져 내리면서 깊이 4.5m의 정화조 속으로 떨어진 것.
떨어진 충격으로 머리끝까지 오물 속에 잠겼다 올라온 이 씨가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봤지만 잡을 곳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애타게 "살려 달라"는 비명을 질러도 몸은 속절없이 조금씩 오물 안으로 다시 잠겨 들어가기 시작했다.
동행하던 지인들이 뚜껑을 에워싼 채 팔을 뻗어봐도 이 씨의 손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 순간 누군가 정화조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번인 토요일, 근처를 지나던 서울 광진소방서 소속 김옥석(51) 지휘팀장이었다.
마침 이 씨 바로 뒤에서 걷고 있던 김 팀장은 이 씨가 추락하는 장면을 보자 본능적으로 곧장 구조 작업에 들어갔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다리를 붙잡아달라고 부탁한 뒤 김옥석 팀장은 머리부터 거꾸로 정화조로 들어갔다.
어두운 정화조 속에서도 다행히 뚜껑 틈으로 비친 햇살에 이 씨의 머리와 손이 언뜻 보였다. 간신히 이 씨의 손을 붙잡아 허리춤까지 잡아당겼지만, 김 팀장 혼자의 힘으로 들어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달라"고 김 팀장이 소리치자 구조작업을 돕던 시민들이 주변에서 밧줄을 구해왔다. 김 씨가 이 씨의 허리에 밧줄을 감은 뒤 시민들이 두 사람을 끌어올리면서 구조에 성공했다.
김 팀장은 "일반인이라면 구조 작업에 나서려 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몰랐을 것"이라며 "이러다 추락자가 순식간에 죽겠다 싶어 바로 정화조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 부상을 입은 이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6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달 17일 경기도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이후 길을 가던 시민들이 잇따라 지하 시설물로 추락해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경기도 수원에서는 40대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맨홀 뚜껑이 갑자기 내려앉으면서 깊이 5m 바닥으로 추락했다가 119에 구조됐다.
환풍구 참사에 이어 맨홀에 정화조 추락사고까지 이어지면서 보행자 안전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